"한국탈출" 이민가능 배우자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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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간호사 金모(27.여)씨의 최우선 결혼조건은 '이민' 이다.

지난해 말부터 외국에 사는 한국남자나 유학준비생들하고만 10여차례 맞선을 봤다. 드디어 지난달부터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에서 빵집을 하는 11년 연상의 남자를 만나고 있다. "경제.자녀교육 등을 이유로 최근 이민 바람이 불면서 주변에선 한국 탈출이 가능한 결혼이 가장 인기" 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李모(26.여)씨는 "귀국하면 배우자 등급이 떨어진다" 는 부모의 성화로 귀국을 못하고 있다.

대신 부모가 국내에서 "외국 거주가 가능한 신부감" 이라며 딸자랑을 하고 다닌다.

이민 열풍이 종래의 결혼조건을 바꿔놓았다. 미혼남녀 사이에 '결혼 후 이민 가능' 이 배우자의 중요한 조건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래서 외국 시민권.영주권자나 유학준비생.국제공인자격증 소지자는 일등 후보다.

이런 세태는 S결혼정보회사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결혼조건 중 '상대방의 이민가능 여부' 를 꼽은 미혼남녀가 전체 응답자 3백66명의 56%(2백3명)나 된 것. '결혼 후 이민 의향' 에 대해서도 71%인 2백59명이 '있다' 고 대답했다.

S사는 '이민 가능' 을 배우자 조건으로 삼는 회원이 최근 3백명까지 늘어나자 '해외결혼' 회원을 별도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다른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도 "올 들어 매달 2백여명의 신입회원이 이민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며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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