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어서 오십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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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거리를 지나다 보면 어법에 맞지 않는 간판이 눈에 많이 띈다. 음식점 출입문 앞에 큼직하게 쓰인 “어서 오십시요!” “안녕히 가십시요!”도 그중 하나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오십시요’ ‘가십시요’는 ‘오십시오’ ‘가십시오’로 바루어야 한다. 문장을 끝내는 종결어미는 ‘-요’가 아니라 ‘-오’이기 때문이다. 앞 모음의 영향을 받아 마지막 어미가 [요]로 발음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 원형을 밝혀 ‘-오’로 적어야 한다. “다들 수고하십시오” “가게 번창하십시오”처럼 쓰인다.

‘-요’는 어떤 사물이나 사실 등을 열거할 때 쓰이는 연결어미다. “이건 갈비찜이요, 저건 연어구이요, 그건 갈치조림이오”와 같이 사용한다. ‘-요’는 연결어미로 뒤에 쉼표가 오지만 ‘-오’는 종결어미로 뒤에 마침표가 온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돈이 한 푼도 없어요” “그 음식이 입에 딱 맞아요”에서 쓰인 ‘요’는 무엇일까?

이는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어미 뒤에 덧붙은 것이다. “돈이 한 푼도 없어” “그 음식이 입에 딱 맞아”처럼 ‘요’를 떼어 내도 말이 된다. 반면 연결어미 ‘-요’나 종결어미 ‘-오’는 생략할 수 없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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