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 프로농구 첫 챔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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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종료 버저가 울렸다. 시계를 바라보며 볼을 드리블하던 프로농구 삼성의 샛별 강혁이 허공을 향해 볼을 던져올렸다. 축포였다. 은빛 리본과 오색 꽃가루가 흩날렸다.

김동광 감독이 안준호.이민형 코치를 와락 끌어안았다. 삼성이 왕좌에 복귀했다. 6일 잠실에서 벌어진 7전4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LG를 1백12 - 1백2로 제압, 4승1패의 전적으로 챔피언 트로피를 움켜쥐었다.

프로 출범 후 처음, 아마추어 대회였던 농구대잔치 1987~88시즌 이후 13년 만의 감격이었다.

삼성의 새 리더 주희정이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66표 중 48표를 휩쓸었다. 16득점.11리바운드. 아티머스 맥클래리(44득점.20리바운드).무스타파 호프(25득점.16리바운드).문경은(15득점.6어시스트)으로 이어지는 삼각포를 완벽하게 컨트롤했다.

그토록 삼성의 우승을 염원했던 한 사나이, 지금은 저 세상에 가 있는 고 김현준도 기뻐하리라. 그가 생전에 원했던 대로, 그가 땀흘리던 용인 훈련장 벽에 걸린 '오직 정열, 오직 우승' 이라는 구호처럼 새로운 챔피언 삼성은 빠르고 힘있고 열정적이었다.

전반도 지나기 전에 모두가 삼성의 승리를 예감했을 만큼 힘의 차이가 분명했다. 피로에 지친 LG 선수들의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LG의 주무기인 속공은 고작 2개, 삼성(11개)보다 9개나 적었다. 삼성이 전반 60 - 52로 앞서자 LG는 심리적으로 탈진 상태에 빠졌다.

작전에서도 LG에는 여력이 없었다. 조성원(18득점)에게 10㎝나 큰 문경은을 맡겼으나 '체급 차' 를 극복하지 못하고 탈진, 후반에는 슛 자세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후반 3득점. 체력이 달려 그동안 맡았던 주희정의 스피드를 잡기 어려워 선택한 배수진이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그러나 LG는 갈채 속에 퇴장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도 진출하지 못했으나 올 시즌 김태환 감독을 영입, '공격 농구' 라는 돌풍을 일으킨 LG는 에릭 이버츠(40득점)를 앞세워 끝까지 분투했다.

허진석.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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