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장, 금융주에 ‘태풍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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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삼성생명이 상장을 하면 그 여파로 은행계 금융지주회사주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액면가 500원인 삼성생명 주식은 공모가가 10만원 안팎일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가로 따진 시가 총액이 20조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이는 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5, 6위인 신한지주(20조8600억원)·KB금융(20조9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이런 대형주가 상장을 하면 은행·보험·증권을 망라한 금융업종에서 각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달라진다. 하나대투증권의 추산에 따르면 신한지주의 금융업종 내 시총 비율은 15.9%에서 삼성생명 상장 뒤 13.3%로 2.6%포인트 줄고, KB금융지주는 15.2%에서 12.8%로 2.4%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이는 당장 금융업종에 투자하는 펀드(금융섹터펀드)의 주식 편입 비율에 영향을 준다. 시가총액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금융섹터펀드라면 신한과 KB의 비중을 2.5~2.6%포인트 줄이고 대신 삼성생명을 담는다. 대형 금융지주사 주식 매물이 많이 풀리게 되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른바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수급 불안’이다.

보험업종은 다른 악재도 있다. 삼성생명과 비슷한 시기에 일본·홍콩 등지에서 대형 보험사가 상장한다는 점이다. 상반기 중 영국 PCA생명이 홍콩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고, 일본 2위 생명보험사인 다이이치(第一)생명보험도 자국 내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보고서에서 “대형 보험사들이 줄줄이 상장한 뒤에는 아시아 보험에 투자하는 외국투자자들의 자금이 분산돼 국내 보험사들에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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