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닷컴CEO 경영 비화 '…또 다른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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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정보통신(IT)산업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요즘 '뜬' 단어가 최고경영자를 뜻하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다. 보통 사람들사이에서는 "CEO 아니면 서러워 살겠나" 하는 질시 섞인 부러움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렇다. CEO는 분명 샐러리맨들의 꿈과 이상이다.

그러나 그 영광의 뒤안길에서 정말로 사원(社員)을 생각하고 산업의 미래를 걱정하며 국가의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벤처 CEO는 과연 몇이나 될까.

'닷컴(. com)기업' 의 급격한 부침을 보면서 이 땅의 CEO들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적어도 이 책에 소개된 여덟명의 닷컴 CEO는 '당분간' 그런 염려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들의 성장 신화와 건전한 자세에 오히려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미답(未踏)의 경지를 개척하는 IT혁명의 전사(戰士)로 거듭나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책은 먼저 그런 '기업인 정신' 의 한 사례로 엔씨소프트사의 김택진 사장을 소개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서른네살인 이 패기만만한 젊은이는 돈보다 세계적인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미국의 대형 소프트웨어업체가 제시한 3천억원의 매각협상을 거절했다.

돈만을 최고로 여기는 세상에 어쨌든 이런 결단만 봐도 그는 꽤 배포가 큰 기업인임에 틀림없다. 그는 온라인게임 '리니지' 를 개발해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김사장 외에 이 책에 소개된 CEO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들이다. 후회없는 삶을 살겠다는 각오로 유서(遺書) 파일을 갖고 있다는 염진섭 전 야후코리아 사장을 비롯, 아시아에 인터넷을 뿌리내린 선구자 전길남 네트워킹닷넷 사장, 인터넷 대중화의 일등공신 허진호 아이월드네트워킹 사장, 닷컴신화의 대명사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 보안장비업체의 정상 김광태 퓨처시스템 사장, 전자상거래 솔루션 시장의 풍운아 박규헌 이네트 사장, 외유내강형의 승부사 이해진 네이버컴 사장이 그들이다.

책에서 소개한 이들의 공통점은 이렇다. 일벌레는 기본이요, 첨단기술을 중시하되 기술보다 사람에 몰입하여 사람을 돈으로 유혹하지 않고 잘못은 철저히 공유한다는 것이다.

닷컴기업 붕괴의 적신호가 켜진 지금 이들이 이를 청신호로 바꿀 '희망' 의 메신저였으면 좋으련만, 책의 내용이 한낱 무용담으로 그치지는 않을지 염려스런 부분이 없지 않다. 과공(過恭)이 엿보이는 출판의 변도 그렇고.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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