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과 폐경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관련사진

photo

몇 해 전 신문에 일본 여성들이 남편의 정년퇴직과 더불어 이혼소송을 법원에 제기한다는 쇼킹한 뉴스가 소개됐었다. 여성들은 얼마나 남편이 싫었으면 그런 단호한 조치를 취했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하는 이도 있었고, 남성들은 평생 땀 흘려 노동한 대가로 받은 급료를 아내와 그 자식들의 생활을 위해 고스란히 바쳤는데 이것이야말로 이기적 발상이라고 반박하는 이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곽대희의 性칼럼

즉 요즘 매스컴에서 다루는 ‘황혼이혼’이 불행하게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는데, 독자들은 그런 면에서 안전한가를 묻고 싶다. 그 이야기가 진료실에서도 화제가 되는데, 그 끝에는 언제나 섹스가 문제인 부부의 불만이 삽화처럼 끼워져 있다.

여성 측은 폐경으로 난소로부터 난자를 성숙시켜 수정에 대비하게 만드는 에스트로겐이란 여성호르몬 분비가 중단되면서 생식기관 전반에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는데, 남편들은 생식기능의 위축이라는 폐경기 여성의 고통을 잘 모르고 무리하게 삽입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내를 위하는 봉사라고 믿는데, 참으로 어이없다. 폐경이란 난소에 존재하는 난자를 수정란으로 만드는 데 충분한 크기로 성숙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여성호르몬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이미 수태와 출산을 감당할 만한 에너지가 안 된다는 뜻인데, 수태가 필요 없게 되면 성교도 불필요하므로 그것을 성립시켜주는 질(vagina)도 그전처럼 유연성이 우수한 탄력섬유로 되어 있지 않고 전체적으로도 질강(膣腔)의 폭이 좁아진다. 물론 생식이 포기된 상태니까 그전처럼 성행위에 앞서 윤활성 분비물의 배출도 거의 없어진다.

오르가슴을 일으키기 위한 흥분의 전달 장치도 철거를 앞둔 기타 수태시설과 공통된 운명으로 기능이 거의 소실된 상태다. 그런 호르몬 분비상에 대변화가 일어난 사실도 모르고 남편들은 성행위를 하려고 덤벼든다. 분비물이 없고 질이 뚜렷하게 위축된 결과 좁아진 것도 모르고, 그리고 예전같이 감지되는 유열을 통해 질의 신축성이 가중되는 신경시스템의 흥분 메커니즘을 모르면서 강행하는 성기 삽입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여성에게 안겨준다.

여성의 고통 호소를 마치 첫날밤을 치렀을 때 여성이 느끼는 첫경험의 아픔과 동일시하는 섹스 무지가 저지르는 일종의 만행인데, 아내가 폐경됐을 때는 서로 진지하게 성문제를 털어놓고 이야기해서 서로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그것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것이 신사다운 처신이다.

그런데 그런 것 없이 남편들의 구시대적 행동으로 성생활을 고집한다면 그것은 아내에 대한 모욕이고 남편으로서도 폭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만약 남편이 발기되지 않고, 아내가 월경이 끝났다고 했을 때 성생활을 끝내려고 작정한 남편들이 있다면 그 결정을 누구하고 상의했는지 묻고 싶다. 이런 때 배우자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한 후 그 향방을 따라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1016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