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운전 예비먼허제 도입 신중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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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가 초보운전자의 예비면허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 배경으로 세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 초보운전자의 사망사고가 전체 사망사고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 초보운전 때부터 준법운전 습관을 갖게하기 위해 신규면허를 받는 경우 일정기간(1~2년)내에 사소한 교통법규라도 위반하면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영국.독일.호주 등 선진국에서 '6개월에서 2년 정도의 예비면허를 주되 법규위반.사고가 없으면 정식면허를 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허점이 많다. 우선 초보운전자의 정의가 뚜렷하지 않다. 초보운전자의 운전행태나 사고원인 분석도 없다.

몇년 전 교통사고 통계보고서의 발간까지 중지했다. 또 준법운전 습관의 생활화는 초보운전자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동일한 법을 초보와 비초보에게 따로 적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예비면허제를 도입한 선진국들은 교통안전을 위해 안전한 도로와 차량, 안전법규와 제도개선, 재정투자 등에 그동안 많은 정성을 쏟아왔다. 선진국에선 '교습생 면허' '운전면허' 제도의 이원화 단계에서 예비면허제를 중간단계로 추가했을 뿐이다. 그것도 일정한 벌점이 추가됐을 때만 시행하는 정규운전면허 획득수단이지 운전면허 자체를 박탈하는 초법적 제도가 아니다.

즉 교습생 면허를 갖고 계속 운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법을 만들기보다는 과속.신호위반 등 현행법을 철저히 집행하고 교통안전을 위한 재정투자를 늘릴 수 있게 미비한 법을 고쳐야 한다. 위정자들이 교통안전 철학을 국가의 목표와 정책으로 집행해야 한다.

장명순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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