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장애인 킹 시구에 관중들 기립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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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 미국 입양 소년 애덤 킹(10)은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해태와 두산의 서울 개막전 시구자로 나선 킹은 아버지 로버트 킹의 손을 잡고 철다리를 이끌며 3만5백여명의 관중 앞에 섰다.

마운드에 오른 킹은 서투른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라며 인사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선동열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을 향해 힘껏 공을 던졌다.

몸쪽 낮게 깔리며 한번 퉁긴 공이 홈플레이트를 지나 포수 미트에 꽂히는 순간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킹의 건강한 플레이에 화답했다.

태어날 때부터 손가락이 모두 붙은 데다 뼈가 굳으며 다리가 썩어들어가는 희귀한 질병을 앓은 중증 장애인 킹이 던진 공은 경기장에 초청된 2백명의 장애인에게 희망을 주는, 일반인에게는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알리는 값진 투구였다.

본부석으로 자리를 옮긴 킹은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이여사는 "참 공을 잘 던진다. 네 모습이 무척 자랑스럽다" 고 킹을 격려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장애인들을 위해 열리는 야구 챌린지리그에 유격수로 출전할 정도로 야구를 좋아하는 킹은 "이길 때 가장 기분이 좋고 질 때 가장 기분이 나쁘다. 야구는 그냥 취미로 즐기고 커서는 훌륭한 화가가 되고 싶다" 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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