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관광버스 동원 집회 정치인 각성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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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일 오후에 바람이나 쐴까 해서 사무실 근처에 있는 봉은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아셈 빌딩 앞에 웬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데다 관광버스들이 한 블록을 가득 메워 교통이 몹시 혼잡한 것이었다.

무슨 일인가 알아봤더니 '이인제를 만납시다' 라는 행사가 곧 열린다는 것이다. 가만히 구경을 하고 있자니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듯한 사람들이 버스에서 속속 내리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낮부터 술을 한잔했는지 얼큰한 얼굴에 술냄새까지 풍기고 있었다.

경제가 어려워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한창 사무실에서 일해야 할 시간에 도대체 웬 바람몰이식 정치행사인가.

강남의 첨단빌딩에서 선거유세장을 방불케 할 만한 행사를 열었다면 도대체 돈을 얼마나 썼겠는가. 허탈한 마음이 드는 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자기 가족을 사랑하고 사회의 어두운 곳에 따뜻한 마음을 쓸 줄 아는,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도 남을 인정하고 존경할 줄 아는 그런 포용력 있는 정치인을 우리는 바라고 있다.

이영세.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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