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중국식 기사랭킹제 곧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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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바둑계의 프로들은 다른 프로들과 달리 도장의 선후배나 스승과 제자로 얽혀있으며 '모두 한식구' 라는 개념 아래 살아왔다. 프로가 되면 한국기원이 어느 정도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프로의 수가 자꾸 늘어나면서 '퇴출' 이 없는 프로기사의 세계에도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때마침 지역을 연고로 한 중국바둑리그가 열리고 몇몇 한국기사들은 용병으로 떠났다. 몇년 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쇠락해가는 일본기원은 여전히 바둑을 올림픽 종목으로 만드는 일에 마지막 승부를 걸고 있으나 갑갑한 환경은 그대로다.

한국은 어떨까. 중국과 같은 '변화' 쪽일까, 아니면 일본과 같은 구체제의 '고수' 쪽일까. 새로 한국기원 사무총장을 맡은 홍태선8단(사진)을 만나 한국바둑의 진로에 대해 들어봤다.

- 소속 프로기사들의 중국 진출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의 방침을 말해달라.

"우리 프로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되고있다. 진출 기사들에 대해선 이사회와 상임이사회에서 논의해봐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프로세계의 시장원리와 경쟁을 받아들이는 쪽이 될 것이라고 본다. " (기존의 김인9단 외에 고재희7단 조훈현9단 등이 새 상임이사회 멤버가 됐다. 양상국8단은 감사를 맡았다)

- 중국의 프로기사 랭킹제는 어떻게 보는가.

"팬들을 생각한다면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기사랭킹을 매기려면 먼저 프로기전의 랭킹이 필요하다. 6월이 가기 전에 프로 기전의 랭킹을 정한 다음 중지를 모아 기사랭킹제를 구상해 볼 계획이다. "

- 한국기원도 중국처럼 '경쟁' 쪽으로 가닥을 잡고있다는 뜻인가.

"프로세계에서 기득권을 철저히 보호하는 일본식은 안된다는 결론이 나있다. 한국의 기전은 이미 일본과 차별화되어 있지만 앞으로도 조금씩 경쟁이 가속될 것이라고 본다. "

- 경쟁이 가속되면 많은 기사들이 소외감을 느끼게 될텐데.

"복지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경쟁이 활발해야 바둑시장이 커진다는 점이다. "

- 한국기원도 위성방송에 참여하나.

"참여할 계획이다. "

- 바둑특기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처럼 바둑이 체육 종목의 하나로 돼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 역시 새 이사회에서 논의될 것이다. "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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