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대구시립극단 '허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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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백년전 허생이 환생해 대구시민들에게 웃음과 함께 '떼돈 버는 법(?)' 을 가르쳐 준다.

대구시립극단이 다음달 6, 7일 조선후기 박지원의 한문소설 '허생전' 을 무대에 올린다.

연극 '허생' 은 이근삼 선생의 2001년 신작. 책만 읽다가 돈을 벌기 위해 나선 허생을 통해 이 시대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소설과의 큰 차이점은 '도포' 라는 중인계급을 등장시켜 화자로서 극의 전반을 이끌어가게 한 것. '도포' 는 이 이야기의 배경이 오늘날 우리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극중 도포의 말.

도포 : 여러분들은 천국에 살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또 얼마나 착합니까□ 나라가 이러저러해서 돈이 모자란다 하면 군말 없이 쌈짓돈을 털어 나라에 바치니 위대한 국민이죠.

허생의 풍자와 해학도 일품이다.

허생 : 정치? 백성들이 신나게 살 수 있도록 베푸는 기술이지, 그것도 몰라? 백성들이 신나게 살아야 나라에 희망이 있는 건데 백성들 보시오. 조정이나 관청, 특히 정치하는 사람을 믿지 않잖소. 이번 공연은 경상감영 4백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연출은 서울 극단 '작은 신화' 를 이끄는 최용훈씨가 맡았다. 제작비만 9천만원에 출연진 대부분이 1인 4역을 맡고 있다.

이영규 감독은 "풍자와 해학은 경제사정이 어려운 대구시민의 속마음을 시원히 풀어줄 것" 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6일 오후 7시, 7일 오후 3, 6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다.

문의 053-606-6322.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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