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의장 "정동영의원 사과" 맞장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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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8일 오전 민주당 당직자 회의가 열리기 직전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옆자리의 김중권 대표에게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이 미국 방문 중 부시 행정부를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는데 들으셨느냐" 고 말을 꺼냈다.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 새 정부 출범 두 달이 지나도록 대북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는 韓위원의 조지타운대 연설을 화제로 삼은 것.

李의장과 金대표 사이에는 "너무 (발언이)강한 게 아니냐" "사전에 원고에 있었느냐" 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이같은 일이 '韓위원을 비판한 것' 으로 언론에 비춰지자 李의장은 "그렇지 않다. 내용만 확인한 것" 이라고 해명했다.

두사람만의 속삭임이었던 탓에 사태는 봉합됐지만 당내에선 李의장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인다. '국정의 소방수' 역할을 맡아 김대중 대통령의 신임을 재차 확인한 李의장은 스스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날 불거진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정동영 최고위원 공개 사과' 요구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민주화에 헌신한 權전위원에게 鄭위원이 사과하는 것이 맞는다" 고 강조했다.

李의장은 동교동계 양갑(兩甲.권노갑.한화갑) 중 구주류의 중추인 權전위원측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반면 鄭위원은 신주류의 韓위원 쪽에 서 있다. 李의장과 鄭위원은 같은 40대 후반이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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