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피플] 40대 주부 인터넷방송 CJ 한승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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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한승희씨는 경북 경주에 사는 마흔세살의 평범한 가정주부다. 하지만 안방의 PC를 켜고 인터넷에 들어가 사이버자키(CJ) '비욜레타' 로 변신하는 낮 12시부터 유명인이 된다.

"매일 3백명 정도 제 방송을 듣고, 고정 팬은 1천명이 넘어요. 팬레터도 많이 받는데, 얼마 전엔 제 사진으로 만든 퍼즐 맞추기 선물도 받았어요. "

비욜레타는 24시간 생방송으로 운영되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 '40~50대 음악세상' (http://www.wing21.co.kr)의 인기 CJ. 이 방송국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인터넷 문화에 익숙지 않아 주눅든 중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방송한다.

"인터넷에서 중년층이 갈 곳이 마땅치 않잖아요. 채팅할 때 나이 밝히기도 쉽지 않고…. 그러다 지난해 여름 채팅사이트에서 서울에 사는 쉰살의 '인생' 님을 만났어요. "

이미 개인 방송을 하고 있던 인생과 '40~50대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고 의기투합, 지난해 9월 1일 첫 방송을 했다.

"처음에는 평소 알던 10여명만 들었는데 '말이 빠르다' '발음이 부정확하다' 는 등 지적도 많았죠. 라디오를 들으면서 열심히 따라하니까 많이 바뀌더군요. "

효조(인천).루루(대전).가인(전주) 등 20~40대 CJ까지 합류하면서 하루 4시간에 불과했던 방송시간도 차츰 늘어나 지난해 말부터 24시간 방송을 하고 있다. 비욜레타는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매일 7시간 방송한다. 현재는 6대의 서버를 운영할 정도로 규모도 커졌다.

신청곡과 사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40~50대 음악세상' 은 여느 라디오 방송과 다를 바 없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동호회를 초대하는 '수요 초대석' , 월.수.금 저녁에는 청취자가 전화로 참여하는 '전화 리퀘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현장 생방송도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임진각에서 실향민을 위한 '통일로 가는 길' 특별방송을 했고, 25일에는 서울 대학로에서 백혈병에 걸린 두 어린이를 돕기 위해 모금.헌혈 캠페인 방송도 했다.

"다양한 세대가 인터넷 세상의 주인공이 돼야지요. '채팅방에서 반말 하지 않기' '각자 홈페이지 갖기' 운동도 그런 의미에서 펼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모두가 CJ가 되면 제일 좋겠죠. "

원낙연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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