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비전] 팬에 만족감 주는 축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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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001시즌 프로축구가 18일 안양 LG와 전북 현대의 수퍼컵을 시작으로 7개월간 장정에 들어간다.

A, B조로 나뉘어 펼쳐질 조별 컵 대회는 오는 25일부터 5월 13일까지, 올스타전은 8월 5일 벌어지며 정규리그는 6월 17일 킥오프해 10월 28일 마치는 일정으로 짜인 것이 올 한해 프로축구의 스케줄이다.

2001시즌은 한마디로 '기대 반 우려 반' 이다.

시즌 개막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개막 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 썰렁한 현실이 매우 걱정이다. 대부분 미디어들의 관심은 히딩크 감독과 대표팀에 집중돼 있다. 그나마 스포츠 전문지에서 개막 관련 기사를 다루고는 있지만 예년에 비해 현격히 줄어들었다.

프로스포츠에서 매스미디어는 '거울' 과 같은 존재다. '프로스포츠의 생명은 흥행' 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언론의 관심 저하는 곧 프로축구가 위기라는 우려로 이어진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신선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제공해도 시원치 않은 판에 성남 일화의 연고지 파문과 타이틀 스폰서 유치 등 숙제를 해결치 못해 허둥대는 프로연맹의 현주소는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한다.

프로축구는 우리 축구의 텃밭이다. 프로축구가 성행하고 활성화돼 있는 나라치고 축구가 약한 나라는 없다. 프로축구가 없거나 미미한 국가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사실도 없다.

프로축구와 대표팀의 관계는 자동차의 앞바퀴와 뒷바퀴의 관계로 보면 된다. 프로축구가 살지 못하면 한국 축구대표팀의 기량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답답한 현실을 탈출할 출구는 있다. 10월에 본격 시작할 축구 복표와 연 30회의 텔레비전 중계다. 우리와 같이 올 시즌부터 축구 복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이 개막일부터 관중이 몰리고 있고 복표 시판 초반에 상금 상한선 1억엔(약 10억6천만원)당첨자가 화제가 되고 있는 점은 국내 프로축구 관계자들을 들뜨게 한다.

또 텔레비전 중계의 확대는 프로축구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각 기업의 축구를 통한 마케팅 활동에 단비와 같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기업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광고시장의 확대가 구단 이익 증대로 연결돼 열악한 구단의 재무구조를 개선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이 호재를 잘 활용해야 약이 되고 돈이 될 것이다. 안이한 프로연맹의 행정과 관리로 주어진 기회를 차버린다면 국내 프로축구는 회생 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음을 생산자 집단(각 구단.연맹.감독.선수)은 깨우쳐야 한다.

시즌을 개막하는 시점에서 '관중과 시청자들은 우리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는 고마운 고객' 이라는 점을 잠시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고객들에게 만족과 감동을 주는 멋진 경기가 시청률 상승과 관중 증대로 이어져 프로축구가 회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축구의 경기력이 향상되길 기대한다.

관중과 시청자는 프로축구의 최대 고객이다. 그리고 고객은 대접받을 때 비로소 단골이 되는 것이다.

신문선<축구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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