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이 흰 붕대를 풀고 있다.
나비떼가 문병을 오고
간호원처럼 순네가 들여다보고 있다.
해가 세발 자전거를 타는
삼월 한 낮
- 손동연(1955~) '꽃밭에서'
봄날의 평범한 한 점경(點景)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신선한 이미지로 해석해낸 작품이다. 3월 한낮, 하늘은 유달리 푸르다. 뜨락에는 목련꽃 한그루가 시름 없이 꽃잎을 툭 툭 터뜨리고 어디선지 소리 없이 날아온 나비 몇마리가 벙그는 꽃 사이를 팔랑거린다.
집 주인인 듯 소녀 하나 비로소 터지는 꽃잎들을 환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상이 시인이 본 어느 봄날의 풍경인 듯한데 그는 그것을 병원에서 퇴원하기 위해 흰붕대를 풀고 있는 환자의 이미지로 바꾸어 놓았다. 그렇지 않은가.
봄이 소생의 계절이며 새 출발의 계절이라면…. 자연에서 발견한 동화적 환상세계가 아름답다.
오세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