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보은의 사업' 나선 시각장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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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995년 2월 6일자 중앙일보 13면에 '종필이의 등록금 걱정' 이란 기사가 실렸다. 서울 한빛맹아학교 소속 시각장애인이 대구대 심리학과에 합격했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중앙일보 독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학업을 마친 원종필(元鍾必.29)씨가 동료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은의 사업' 에 투신했다. 지난 1월부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사랑의 보장구 보내기 ARS 운동' 을 주도하고 있는 것.

전화 한 통화에 2천원씩 모아 조성한 기금으로 컴퓨터 화면 낭독 프로그램 등을 구입해 저소득 시각장애인의 자활을 돕자는 취지다. 하지만 홍보 부족으로 지금까지 1백만원도 모으지 못했다.

元씨가 이 운동에 애착을 갖는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사회에서 변변한 직업을 얻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의 처지를 몸소 겪었기 때문. 元씨는 강의 내용을 녹음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99년 2월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졸업장은 그에게 취직의 문을 열어주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안마시술소에서 안마를 해야 했다. 그러는 동안 시력은 점점 나빠졌고 여덟 차례의 수술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元씨는 "대부분 안마나 구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이 컴퓨터와 각종 보장구의 도움을 받는다면 좀더 다양한 직업 선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며 동참을 호소했다. ARS 02-700-0606, 문의 02-950-0147.

글.사진〓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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