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예감] 축구 한정화, 100m 11초 '날쌘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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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날쌘돌이' 서정원(수원 삼성)의 고교 시절 우상은 차범근이었다.

지난 10년간 중.고등학교 축구에서 빠른 축에 낀다는 선수들은 거의 '제2의 서정원' 을 꿈꾸었다.

빈 공간에 공을 툭 차놓고 질풍처럼 적진을 돌파해 센터링이나 슈팅을 날리는 것이 발빠른 한국 공격수들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공격 공간이 좁아지고 압박이 강화된 현대 축구는 이런 플레이를 좀체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차범근-서정원을 이을 한국의 날쌘돌이들에게는 무엇이 요구되는가.

프로축구 안양 LG의 고졸 새내기 한정화(19)에게는 이 문제에 해답을 제시할 뭔가 다른 게 있다. 스피드와 개인기를 겸비한 것이다. 한선수는 16세 대표팀 시절 1백m를 11초F에 끊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금도 현역 선수 중 빠르기로 1, 2위를 다투는 같은 팀 1년 선배 최태욱에게 뒤지지 않는다.

단순히 발만 빠른 게 아니라 정지 상태에서 공을 갖고 움직이는 순간 동작이 무척 민첩하다. 또 드리블하는 각도가 예리하고 방향 전환이 예측불허다.

수비를 따돌릴 확률이 그만큼 높다. 빈 공간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스피드와 개인기로 스스로 공간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수준급 슈팅력까지 갖췄으니 금상첨화다. 한선수는 팀의 키프로스 전지훈련에서 1군 멤버로 유럽 프로팀과의 경기에 나설 정도로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지난해 프로축구 챔피언 안양은 3군까지 운용할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다.

안양 코칭스태프는 올 후반기께 한선수를 '유고 특급' 드라간의 대타 요원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선수는 "체중을 불렸지만 몸싸움에서 밀리고 엄청나게 빠른 경기 템포를 따라잡기가 아직은 힘겹다" 고 말한다.

그러나 힘과 자신감이 붙는다면 한선수는 한국 축구를 대표할 측면 공격수로 급성장할 재목이다. 양쪽 시력이 마이너스여서 렌즈를 끼고 경기에 나서는 한선수는 라식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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