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대출 급증 … 리스크 관리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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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해 향후 부실이 될 가능성이 큰 은행권 여신이 늘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1~3개월 연체 상태에 있거나 연체가 없더라도 감시가 필요한 여신을 뜻하는 은행권 ‘요주의 여신’의 규모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25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말(18조4000억원)보다 36%(6조6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요주의 여신은 건전성 분류 기준상 부실채권으로 취급되는 고정이하(3개월 이상 연체) 여신으로 진행하기 직전 단계의 것을 말한다.

요주의 여신이 전체 여신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도 늘었다. 지난해 말 현재 요주의 여신의 비율은 2%로 2008년 말(1.5%)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고정이하 여신)이 1.22%로 2008년 말(1.14%)보다 0.08%포인트 상승한 것에 비해 요주의 여신의 증가 폭이 훨씬 큰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2008년 하반기 이후 경기침체가 요주의 여신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선 연체 대출금 비중이 감소하고 있어 큰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이 비중의 감소는 은행들이 채권을 상각(손실로 처리)하고 매각한 덕을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향후 금리가 상승할 경우 요주의 여신이 한꺼번에 부실여신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요주의 여신에 대한 본격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지난해 말 요주의 여신이 2조1650억원으로 전년도(1조6930억원)보다 28% 증가한 신한은행은 전담조직인 기업금융개선지원본부를 통해 업체들을 특별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요주의 여신이 9373억원으로 전년도(7160억원)보다 31% 증가한 외환은행도 잠재부실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대출 업체들에 대한 지속적인 신용관리를 실시할 방침이다. 부실화 조짐을 보이는 요주의 여신에 대해선 조기 회수와 일부 회수 방안도 추진한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상승하고 경기회복이 둔화되면 잠재적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요주의 여신 감축 실적을 영업점 평가에 반영하는 등 대비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이 잠재 부실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가 좋지 않았던 데다 여신 건전성 분류 기준이 강화되면서 요주의 여신이 증가했다”며 “은행들에 적극적으로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고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처리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요주의 여신=1~3개월 연체 상태에 있거나 연체가 없더라도 감시가 필요한 여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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