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채환 SBS '이별 없는 아침' 서 7년만에 주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그냥 연기생활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

오랜만의 주연이라 기꺼울 법도 하건만 송채환(33.사진)은 그저 담담하기만 하다. 12일 시작하는 SBS 새 아침 드라마 '이별 없는 아침' (정지우 극본.김수룡 연출)에서 여주인공 한정인 역을 맡았다. 1994년 '밥을 태우는 여자' (KBS) 이후 첫 주연이다.

"반짝 스타를 꿈꿀 나이는 이미 지났지요. 연기를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니 주연이든 조연이든 다 애착이 가요. "

91년 영화 '장군의 아들 2' 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화려하게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지만 브라운관에서는 오히려 조연으로 이름을 얻었다.

96년 '첫사랑' (KBS)에서는 약간 모자란 듯 호들갑스런 찬옥으로, 97년 '옥이 이모' (SBS)에서는 술집 작부 경자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둘 다 '궁상스런' 연기로 드라마를 맛깔스럽게 하는 조연이었다면, 이번에 맡은 역은 시청자들에게 눈물을 훔치도록 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다.

한정인은 가난한 집안의 맏딸로 자라 세 동생을 돌보기 위해 부잣집 아들과 결혼하지만, 남편이 자살하는 시련을 겪는다. 물론 잘 생기고 능력 있는 의사(선우재덕)와의 사랑도 힘겹게 엮어갈 계획이다.

첫회부터 진한 눈물 연기를 선보일 그에게 "계속해서 눈물 흘리기 힘들겠다" 고 물었다. "눈이 붓기는 했지만 감독 요구대로 따르는 게 연기자 아닌가요. "

사실 '궁상' 이나 '눈물' 같은 단어들은 송채환의 실제 삶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달 초 막을 내린 KBS의 일일극 '좋은 걸 어떡해' 를 비롯, '줄리엣의 남자'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등 드라마 출연이 잇따르는 통에 눈코뜰 새가 없다.

또 뉴욕주립대 대학원에서 연출 수업을 받고 있는 두 살 연하의 남편을 내조하느라 불행을 느낄 틈이 없다. 지난 학기까지는 대구과학대 방송연예과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쁨도 누렸다.

그는 '이별 없는…' 첫회에서 자살하려는 남편을 찾아 넋을 잃고 헤매는 장면을 찍느라 잠옷 차림으로 새벽부터 제주도 해변을 달리는 독한 근성을 보였다.

여기저기 걸려 넘어져 "온몸이 멍투성이가 됐다" 면서도 "드라마 초반에는 주연이 '총대' 를 메야죠" 라고 말할 정도로 다부지다.

오랫동안 조연을 경험한 덕에 강행군으로 진행되는 촬영에도 이골이 났다. 그래서인지 앞으로는 독한 악역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한다.

그가 닮고 싶은 연기자는 '데드 맨 워킹' 의 악당 숀 펜. 폭넓은 연기자로 살겠다는 그의 욕심이 엿보인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