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 미국관리가 전한 한·미 정상회담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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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김진 특파원]백악관은 7일 오후 3시(한국시간 8일 오전 5시)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관한 배경을 설명했다.

정상회담에 배석한 미 행정부 고위 관리 두명은 이날 익명을 전제로 내외신 기자들에게 2시간30분 동안 계속됐던 두 정상의 회동을 자세히 설명했다.

- 두 정상의 회담 분위기는.

"부시 대통령이 金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매우 긍정적이었다. 金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효과적으로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 뒤 자신의 대북관을 설명했고 金대통령을 지지하지만 북한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

- 한국이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구상을 반대했나.

"金대통령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의도가 없었음을 해명했다. 金대통령은 외교통상부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고 부시 대통령은 그 점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 북한 문제는 얼마나 논의됐나.

"회담의 절반 정도가 북한 얘기였고 화제가 (그쪽으로)되돌아가곤 했다. 金대통령은 자신의 견해를 아주 세세하게 설명했고 부시 대통령은 흥미있게 들었다. "

-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대북정책 재검토가 끝날 때까지 대북 협상과 대화의 연기를 시사했는데.

"(지금까지의)합의나 협정 가운데 들여다볼 만한 부분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며 언제 (북한과)협상에 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계속 대화할 것이다. "

- 金대통령이 이러한 협상 일정에 우려를 표시했나.

"金대통령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늦봄이나 초여름에 서울을 답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협상 일정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

- 대북정책을 놓고 한.미간에 이견이 있나.

"정책상의 차이는 없다. 金대통령은 대북정책 추진에 대한 비전이 있고 부시 대통령은 그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우리는 한국이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우리와 협의하기를 원하고 있고 金대통령도 그에 동의했다. 양측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 "

- 金위원장이 서울에 오면 평화선언에 서명하겠다고 金대통령이 밝혔나.

"평화선언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다만 오늘 회담에서는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에 양측이 합의했다는 점을 더 강조해야 할 것 같다. "

- 金대통령이 솔직했다고 표현됐는데 어느 정도 이견이 있었다는 의미인가.

"그렇지 않다. 두 대통령이 각자의 견해를 매우 분명하게 밝혔다는 뜻이다. 金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견해를 매우 분명하게 설명했으며 이상주의나 환상 또는 낭만적인 면은 절대 없었고 부시 대통령은 이를 현실적인 견해로 받아들였다. "

- 부시 대통령이 오늘 북한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는데.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기술의 수출국이므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진심을 보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기다리고 있고 그게 우리가 회의적인 이유다. "

- 부시 대통령이 金대통령에게 북한문제를 너무 서두른다고 지적했나.

"그렇지 않다. "

- (제네바)기본합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논의됐나.

"기본합의에 대한 공약을 계속 준수할 것이다. 논의는 전반적인 수준이며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체결하거나 이미 체결된 합의에 대한 우리의 검증능력을 우려하고 있다. "

- 金대통령이 미국의 지원을 요청했나.

"아니다. 그저 미국의 지속적인 포용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 파월 장관의 어제 발언이 매우 타협적이었던 데 비하면 오늘은 많이 달라졌는데.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파월 장관은 (북한과 클린턴 행정부의)합의에서 계속 이어받을 만한 요소들이 있다고 말했고 부시 대통령의 말은 무엇이든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으로 상호 보완적이다. "

- 부시 대통령은 대북 미사일 협상을 늦추고 재래식 군사력 감축에 초점을 맞출 계획인가.

"부시 대통령은 재래식 군사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두 지도자는 그러한 회담을 늦추는 데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

- 미국이 북한에 대한 포용을 계속할 가능성이 작아지나.

"아니다. 우리는 북한과의 밀고 당기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 문제에 대해 인내심을 가지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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