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터넷 피라미드 회사들이 한국의 가입자들로부터 2백만달러(약 25억원)를 챙긴 사건이 발생했다.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를 개설해준다며 다단계 판매하는 수법을 통해 1만3천명의 한국인 회원으로부터 1백25~1백99달러씩을 받아온 것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8일 한국 내에서 이 회사들의 피라미드 영업 활동을 해온 한국인 3개 조직 13명을 적발했다.
◇ 다단계 판매로 현혹〓李모(58.서울 강북구 미아동)씨는 지난해 8월 알고 지내던 재미교포 J씨(58)로부터 미국 인터넷 홈페이지 다단계 판매 회사인 W사에 가입할 것을 권유받았다.
W사가 가입자로부터 1백25~1백99달러를 받고 인터넷 쇼핑몰을 분양해 주면서 다른 회원 한 명을 가입시킬 때마다 50달러의 수당을 우편으로 지급한다는 설명이었다.
李씨 등 10명은 W사에 회원으로 가입한 뒤 대대적인 피라미드 판매를 시작해 4천8백여명을 가입시켰다. W사에 송금된 돈은 약 80만달러.
또다른 李모(40.서울 노원구 월계동)씨는 지난해 5월 아는 일본인으로부터 미국계 S사를 소개받아 인터넷 사이트 피라미드 판매를 시작했다. 李씨는 1천9백여명을 가입시켜 1만6천달러의 수당을 받았다. S사는 지금까지 약 9천명의 한국인 회원을 확보, 1백만달러를 챙긴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W.S.E사 등 3개 미국계 업체가 한국에서 챙긴 돈은 모두 2백만달러.
◇ 무용지물로 드러난 쇼핑몰〓이들 회사가 분양한 쇼핑몰은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회원에게 제공한 메모리 공간은 35메가바이트에 불과하며 전송 속도가 느려 일반 인터넷 업체들이 제공하는 무료 홈페이지 수준에도 못미친다" 고 밝혔다.
더욱이 본사 홈페이지 역시 업체 광고들을 모아놓은 조잡한 수준이어서 한국 가입자 중 쇼핑몰을 꾸민 가입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상당수 회원들은 다른 사람을 가입시키고도 수당을 받지 못했다. 결국 막대한 외화만 빼앗긴 셈이다.
◇ 외국 업체여서 수사 못해〓경찰은 다단계 판매조직을 관계 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피라미드 영업을 해온 혐의(미등록 다단계 판매행위)로 李씨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吳모(61.경기도 안양시)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달아난 崔모(47)씨 등 3명을 추적 중이다.
李씨 등은 경찰에서 "앞으로 회원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쇼핑몰을 운영하려 했다" 며 "말레이시아.일본 등으로 회원을 확대시켜 외화를 벌어들일 계획이었다" 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 회사들을 조사할 수도 없고 한국 사람들의 피해를 구제할 방법도 없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