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한남대교 재개통 시기 슬그머니 1년 늦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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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시가 한남대교 구교의 보수 기간을 아무런 사전 설명없이 당초 예정보다 13개월이나 늦춘 사실이 드러나 말썽을 빚고 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6일 '2002년 5월까지 구교에 대한 보수를 마치고 재개통하겠다' 고 밝혔다. 당시 고건(高建)시장이 주재하는 실.국장 간부회의에서도 이 일정이 보고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7일 한남대교 하류쪽에 지은 신교의 개통 일정을 발표하면서 구교의 재개통 시기를 슬그머니 2003년 6월로 변경했다.

구교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이 지난해 5월 완료됐음에도 서울시가 뒤늦게 보수기간을 1년 이상 연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남대교의 위험 정도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자 서울시가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려 하기보다 은밀하게 보수기간을 연장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시 건설안전관리본부 관계자는 "올 겨울 폭설과 혹한으로 한남대교 신교 개통이 3개월 정도 지연됐고 이로 인해 구교의 상판 철거도 늦춰졌다" 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안전진단 결과 한남대교 구교가 예상보다 심하게 흔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량의 진동을 분산시키기 위한 2백70개의 가로보를 설치하는데 9개월 정도 소요된다" 고 밝혀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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