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문화장관 북한 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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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의 급작스런 방북 발표가 있은 7일 대북 관련 부처는 金장관의 방문 배경과 북한측 면담 예정 인사를 파악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월드컵 분산 개최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金장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거론되는 미묘한 시점이라 감춰진 진짜 방문 속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각이다.

◇ 불거진 '밀사설' 〓金장관은 문화관광부 업무 이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일절 논의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4월 박지원(朴智元)전 장관이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이끌어 낸 일을 떠올리고 있다.

이번에도 金위원장의 서울 방문이나 좌초 위기에 처한 금강산 관광 문제 빅딜 등 모종의 남북간 협의를 위해 또 하나의 '비선' 이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렇지만 지난해와 달리 金장관은 방북 사실을 사전 공개하는 등 '투명성' 을 유지함으로써 비밀 접촉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음주 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서울에서 열리는데 굳이 드러난 또 다른 장관급 채널을 평양에서 가동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金장관은 "문화관광부 업무 이외의 것은 논의하지 않을 것이며, 金위원장과 만날 예정도 없다" 면서도 갑작스런 면담 가능성 등에는 준비하겠다고 해 여운을 남겼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해 12월 장관급 회담에 참석했던 김순규 문화관광부차관이 북측에 金장관의 방북 의사를 타진했고, 6일 아태평화위 김용순 위원장 명의의 초청장이 왔기 때문에 즉각 공개한 것일 뿐" 이라고 말했다.

◇ 문화분야 교류 협력에 초점〓金장관의 방북은 그동안 통일부장관이 주도해온 장관급 회담의 틀에서 논의하던 남북간 사회 문화 교류 문제가 좀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4월 23일 개막하는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 구성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여 성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金장관은 "최소한 3주간은 합동훈련을 해야 할 것이며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 고 말해 기대를 나타냈다. 단일팀이 이뤄지면 1991년 지바(千葉)대회에서 단체전으로 우승한 지 꼭 10년 만이 된다.

금강산에 이어 개성.평양.백두산.묘향산을 추가로 개방해 연계관광 코스로 개발하는 문제도 의제로 꼽힌다. 金장관은 "남북 연계관광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면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관광기구(WTO)총회를 통해 국제적으로 폭넓게 홍보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또 남북한 공연예술단의 본격적인 교류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金장관은 남북 문화장관 회담 정례화를 북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를 통해 남북이 문화.관광.체육 교류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하면 남북관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손장환.유광종.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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