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측근 보낸 데 화답 …‘류우익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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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한·중 수교 18년 만에 처음으로 외교부 최선임 국장인 장신썬(張鑫森) 판공청 주임을 주한 대사에 내정한 것은 한국을 앞으로 더 중시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외교가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 인사로 분류된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을 주중 한국대사로 파견한 게 이번 인사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외교가는 ‘류우익 효과’로 빗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1949년 수교 이후 북한 주재 대사로는 줄곧 차관급을 파견해 왔지만 한국에는 부국장급 위주로 파견해 왔다. 이 때문에 “한국을 홀대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공석 중인 북한 주재 대사에 내정된 류훙차이(劉洪才)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도 차관급이다.

반면 주한 중국대사에는 초대 장팅옌(張庭延) 대사를 시작으로 2대 우다웨이(武大偉), 3대 리빈(李濱), 4대 닝푸쿠이(寧賦魁), 5대 청융화(程永華) 대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본부에서 국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한 대사로 부임했었다.

따라서 지난달 청융화 대사가 일본 주재 대사로 내정돼 부임하면서 한 달가량 공석 상태인 주한 중국대사에 중국 정부가 과연 어떤 인물을 파견할지가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한때 외교가에서는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대리공사로 근무한 적이 있고 한국어를 구사하는 양허우란(楊厚蘭) 북핵문제 대사의 내정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양 대사가 능력은 출중하나 중국이 한국 정부를 배려해 한국어를 못하더라도 좀 더 직급이 높고 비중 있는 인물을 찾고 있다”는 말이 다시 돌았다. 한 소식통은 “중국 외교부가 한국어를 못한 류샤오밍(劉曉明) 현 영국 주재 대사를 2006년 북한 주재 대사로 보낸 사례처럼 최근에는 대사를 파견할 때 외국어 외에 복합적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정황 등을 종합해 볼 때 중국 정부는 고심 끝에 ▶국장급을 두 번씩이나 맡는 등 외교부 내에서 비중이 높고 ▶해외 주재 대사를 역임한 경험이 있으며 ▶남북 특수성을 감안해 대만과의 양안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베테랑급 외교관인 장신썬 대사를 최종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8월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킨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 모두 비중 있는 인물을 상대국 대사로 포진시킴에 따라 향후 한·중 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외교가는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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