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책상 서랍뒤서 10년 잠자던 수억채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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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302호실 김홍신(金洪信.한나라당)의원 방에서 10년 이상 묵은 3억~4억원 상당의 국공채.약속어음.지하철채권 등이 나왔다.

金의원은 5일 "지난달 말 우리 방 책상 서랍 뒤 빈 공간(60×20㎝, 높이 20㎝)에서 ▶국공채와 지하철 채권 뭉치▶약속어음 수십장▶아파트 매매계약서▶통장 등을 우연히 발견했다" 고 밝혔다. 金의원은 직원들과 함께 국회 대정부 질문용 메모를 찾다 책상 서랍을 꺼내 뒤지던 중 서랍 뒤쪽 빈 공간에 먼지가 가득 쌓인 채 놓여 있던 채권 등을 발견했다는 것.

1989년 발행된 국공채에는 일련번호가 적혀 있었고, 그때 여직원으로 추정되는 李모씨 명의의 통장 세 개에는 현금 1천5백만원까지 들어 있었다. 그는 "채권의 주인으로 짐작되는 전직 의원 여권이 함께 들어 있어 연락했더니 바로 찾아갔다" 며 "그러나 주인이 누군지는 밝힐 수 없다" 고 말했다.

재선인 金의원은 1996년(15대)부터 이 방을 썼다. 책상은 대물림 했는데 이 방은 13대(1988~92년)때 도영심(都英心.당시 민자당) 전 의원, 14대 때는 김효영(金孝榮.당시 민자당)전 의원이 사용했다. "金의원은 이들 두 전직의원(당시 여당) 중 한명을 채권 주인으로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보고했다" 고 총재실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두 의원 모두 "나와 관계없다. 물건을 찾은 金의원에게 물어보라" 고 말했다.

金의원은 "자금 추적이 안 되는 국공채는 정치자금으로 자주 사용된다" 며 "이런 거액이 서랍 속에서 10년째 잠을 잤는 데도 그동안 찾지 않았다니 알 수 없는 일" 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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