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속 1,836km대장정 '아이디타로드' 막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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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사람과 개가 하나가 돼 알래스카 설원을 가로지르는 아이디타로드 개썰매 대회(http://www.iditarod.com)가 4일(한국시간)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아이디타로드는 앵커리지를 떠나 베링해의 항구도시 놈까지 1천8백36㎞를 허스키(개와 늑대의 교배종.일명 늑대개)가 끄는 썰매를 타고 달리는 경주다.

29회를 맞은 올해 대회에는 미국.캐나다.독일 등 8개국 68명의 머셔(개썰매 경주자)들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4일 대회 개막식 이후 앵커리지에서 이글 리버에 이르는 36㎞ 시범경주를 거쳐 5일 윌로부터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한다.

정해진 코스는 없지만 27개 체크 포인트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중간에 하루를 쉬어야 한다. 썰매를 끄는 허스키의 수는 최대 16마리(최소 12마리)까지 허용되며 5마리 이상의 개가 결승점에 들어와야 한다.

북극권 국가들의 공인된 개썰매 대회 입상자들 가운데 선발된 참가자들은 운명과 개들에게 의지한 채 혹독한 북극의 자연환경을 뚫고 보통 열흘 이상 밤낮으로 달려야 한다.

험난한 길을 개척하는 경주라 사고가 잦아 평균 완주율은 50%에도 못 미친다. 두꺼운 슬리핑 백 속에서 잠깐 눈을 붙여보지만 피곤함에 참가자들이 썰매를 놓쳐 설원에 버려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평균기온 영하 10도(체감온도 영하 40도)의 강추위에 강인한 허스키도 3~4마리가 희생된다.

대회 최고기록(9일 56분6초) 보유자 더그 스윙리는 3연패를 노린다. 전 챔피언 마틴 버저.제프 킹 등은 몬태나 출신 스윙리에게 알래스카의 자존심을 걸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색 참가자도 많다.

알콜 중독자였던 알래스카 에스키모 부족장 마이크 윌리엄스와 에이즈 환자 척 킹은 희망의 레이스를 시작했다. 또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삼대가 출전했다. 우승상금은 6만달러(약 7천6백만원)며 다지 트럭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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