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검찰 통신망에 핀 선행의 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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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광주지방검찰청 산하 해남지청 직원 28명은 매달 월급에서 5천~3만원씩을 뗀다.

관내 해남.완도.진도 지역의 소년소녀가장 9명의 학비를 위해서다. 각자 형편에 맞게 떼어낸 돈은 이들에게 30만원 정도씩 건네진다.

이들의 작은 정성이 모이기 시작한 것은 1996년. 당시 새로 부임했던 지청장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소년소녀가장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제안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대부분 주민이 어업에 종사하다보니 부부가 함께 바다에 나갔다가 화(禍)를 당한 사례가 많았던 것.

해남지청 직원들이 이렇게 올초까지 소년소녀가장들에게 보낸 돈은 1천5백여만원쯤 된다.

지난 1월말 검찰 통신망에 지청 소식과 함께 이런 내용이 올려져 우연히 알려지기까지 직원들은 주변에 숨겨왔다.

"너무 적은 액수라 오히려 부끄럽다" 는 게 사무과 정형도씨의 말이다.

그러나 그의 말은 겸손으로 들린다.

해남지청 말단직인 기능직의 한달 봉급은 약 70만원. 5천~3만원이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다.

그런데도 직원들은 "학업을 중단해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힘이 될 것을 생각하면 결코 아깝지 않다" 고 말한다.

"가슴 뿌듯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직원들끼리의 친목도 더욱 좋아졌다. 오히려 우리가 수혜자" 라고도 했다. 한 직원은 "스스로 어렵더라도 형편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누구든 주변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고도 했다.

도움을 받고 있는 소년소녀가장들은 이들을 "우리에겐 가장 소중한 은인들" 이라고 말한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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