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이산상봉 이틀째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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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30여년 전에 납북됐던 딸 성경희(55)씨를 평양에서 만난 이후덕(77.여)씨는 사위 임영일(58)씨와 외손자.외손녀가 참석한 가운데 숙소에서 생일파티를 열고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이씨는 성씨에게 준비해 간 핸드백을 선물하고 손녀에게는 손수 짠 목도리를 둘러주었다.

북한의 아들을 만나지 못한 김유감(77.여)씨는 개별 상봉장에 온 두 딸 김순영(56).순복(53)씨에게 "아들이 못 오면 며느리나 손자라도 올 것이지…" 라며 울먹였다.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7일 오후 7시 서울 롯데월드 호텔 3층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마지막 만찬에선 헤어진 가족과 함께 하는 마지막 식사라는 생각에서인지 테이블에 놓인 음식에 손이 잘 가지 않는 분위기.

이번 상봉에서 남측의 언니 혜석(72)씨와 여동생 정석(63)씨를 만난 서희숙(69)씨는 양편에 앉은 자매의 손만 붙잡고 있을 뿐 음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희숙씨는 "이렇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며 다가오는 이별의 순간을 아쉬워했다.

○…북한 피바다가극단 총단장 김수조(69)씨는 개별 상봉에서 복겸(54)씨 등 조카 네명을 만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찍은 사진과 각종 상훈을 꺼내 보였다. 50년 동안 수절해 온 남측 부인 유정규(75)씨와 북측의 전영수(79)씨는 다정히 앉아 기념 사진을 찍으며 재회의 정을 나눴다.

○…김일성 사진을 두고 한때 승강이도 벌어졌다. 북에서 온 최경석(66)씨는 객실에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김일성 장군의 사진을 어머니께 보여주고 싶다" 고 사진이 실린 책을 꺼냈다. 그러자 남측 당국자가 "사진을 보여주는 것은 합의 사항 위반" 이라며 제지했다. 남북 당국자들이 가세,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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