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4대 법안도 위헌 소지 없애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뒤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4대 입법안을 둘러싸고 위헌 시비가 일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 및 형법 개정안과 과거사진상규명법안.사립학교법안.언론관계법안은 그동안 여당이 여론과 야당 등의 거센 반대 속에서도 밀어붙여 왔던 법안이다. 그런 만큼 법안에 중대한 결함이나 허점이 있을 수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만 해도 한국사학법인연합회가 헌재에 위헌법률 심판을 청구하기 위해 한 변호사에게 법률 검토를 맡긴 상태다. 연합회 측은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하고 학교운영위원회를 심의기구로 만드는 것은 학교법인의 기본권.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신뢰이익 보호 원칙 등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연합회 측은 이달 말까지 전국 사학재단별로 이사회를 열고 개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학교 폐쇄를 결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사학 대란'마저 우려되는 실정이다.

신문 관련법안도 위헌성을 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은 문제 조항으로 유가 판매 및 인쇄부수, 구독료와 광고료, 재무제표 등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보고토록 한 부분을 꼽고 있다. 언론사의 자율성을 침해함으로써 언론 자유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3개 신문사가 6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는 부분 역시 근거가 모호한 데다 시장원리에 반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1980년대 프랑스에서 신문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위헌 결정을 받았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편집위원회와 독자위원회 구성 방식 등을 법으로 강제한 것도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 요소다.

열린우리당은 4대 입법안을 지난 20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목표에 쫓겨 심의가 졸속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또다시 신행정수도 특별법 같은 전철을 밟을 수는 없지 않은가. 여야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법안들이 안고 있는 위헌 소지들을 철저히 제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