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극단 '제암리 만행' 내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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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역사문제만 나오면 껄끄러워지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이 문제를 정공법으로 접근한 일본 연극 한 편이 3 ·1절을 맞아 국내에 소개된다.

일본극단 '동인회' 가 만든 '아,제암리여!' 는 당시 일제의 만행중에서도 가장 잔학했던 제암리교회 학살사건을 현재의 시점에서 되돌아본 작품이다.

지난해 3월 1일 도쿄 한국 YMCA에서 초연된 이 연극은 한국 극작가 이반 숭실대 교수가 대본을 쓰고 일본인 우치다 도오루가 연출했으며,11명의 일본 중견 배우들이 출연한다.

제작자이자 각색을 맡은 다카노 가나메가 한국인 수난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5년 우연히 보게된 김지하 시인의 '금관의 예수' 공연이 계기가 됐다.

이후 제암리 사건을 어떻게든 작품으로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해온 다카노는 3 ·1절 80주년인 지난 99년 이반 교수에게 제암리사건을 희곡으로 집필해줄 것을 의뢰했다.

무대는 제암리사건이 벌어진 경기도 화성군의 작은 마을.한 일본인 목사가 제암리교회 참상에 대해 한국과 한국인에게 속죄하는 의미로 교회를 지어주겠다고 제안하는 것으로 연극은 시작된다.

이를 놓고 기독교계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불타는 교회안에서 무참히 죽어간 가족과 이웃을 기억하는 주민들의 반대속에 격렬한 갈등이 벌어진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일본인의 잔혹성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용서와 화해가 이뤄지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처용무 이수자인 최숙희씨 등 한국무용가들이 특별출연해 처용무를 춘다.

이 작품은 지난해 일본 초연때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는 한 ·일 역사문제를 생각하는 양국의 시각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연출자 우치다는“감동을 안겨주는 연극이라기 보다는 역사에 대한 인식과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극장에는 한국어 자막이 설치될 예정이다.26일부터 3월 2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02-762-6194.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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