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홍명보·고종수의 히딩크 엿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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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배울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에요. "

홍명보(33.가시와 레이솔)와 고종수(23.수원 삼성)등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높이 평가한다.

어떤 점이 먹혀들어간 걸까.

"히딩크 감독의 훈련 프로그램은 그동안 대표팀을 거쳐간 국내 감독들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단지 훈련 목적을 분명히 제시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다릅니다.

패스 훈련이면 패스, 머리를 써야 하는 훈련이면 그런 쪽만 강조하죠. 그런데 국내 지도자들은 패스 훈련 때도 체력적인 것을 요구하거든요. 그러면 패스 훈련이 아니라 체력 훈련이 돼버립니다."

홍명보는 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벤치를 지키는 선수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모습에서 거장의 풍모를 느낀다고 한다.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거든요. 히딩크 감독은 실수를 해도 '괜찮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줍니다. 그러니 선수들이 부담없이 위협적인 패스도 하고 돌파도 합니다. "

역대 감독들로부터 '문제아' 로 낙인찍혔다가 '히딩크 장학생' 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고종수는 또 "히딩크 감독이 말은 하지 않지만 선수 모두를 꿰뚫어보고 있는데 놀랐다" 며 "선입견이나 주변 이야기만 갖고 선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훈련과 경기를 통해 선수 기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확실한 목표와 원칙을 지키며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히딩크식 교수법' 이 대표팀 분위기를 '알아서 열심히 하는' 쪽으로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UAE)〓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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