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실습선과 충돌 미 핵잠수함 민간인이 레버 작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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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 우와지마(宇和島)수산고 교사.학생 9명의 생명을 앗아간 에히메마루호와 미 핵잠수함 그린빌호의 충돌 사고에서 의외의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사고원인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NBC방송은 사고 당시 16명이나 되는 민간인이 잠수함 안에 있었으며 이중 한명은 통제실 부상(浮上)레버를 직접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시 통제실에 있던 민간인 존 홀은 이날 NBC TV의 '투데이' 프로에 출연해 "함장이 레버를 쥔 내 손 위에 그의 손을 얹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사고 원인은 아니다" 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군 훈련에 민간인이 참가하는 모든 경우에 대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잠수함에 타고 있던 민간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갑작스레 부상한 게 아니냐" 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핵잠수함 그린빌호는 미 해군이 정한 잠수함 훈련 해역 외에서 긴급 부상 훈련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 연안경비대에 따르면 통상 잠수함의 훈련 해역은 약 1백80㎢인데 그린빌호가 긴급 부상한 지점은 훈련 해역의 동쪽에서 약 3.5㎞ 벗어난 지점이다.

CNN도 잠수함 긴급 부상 훈련은 통상 임무 중에는 행해지지 않으며 긴급상황(잠수함의 탱크가 파손된 경우 등)을 가정한 훈련시에만 이뤄진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해군 관계자는 "잠수함의 부상 훈련에 관한 엄밀한 제한은 없으며 훈련 해역 외에서의 긴급 부상 훈련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충돌사고를 일으킨 핵잠수함에 탔던 민간인들이 공화당에 고액 정치자금을 제공한 인사들이어서 미군 당국이 신원공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 데일리 뉴스는 15일 "해군 당국이 핵잠수함 승선 민간인들의 신원을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다" 면서 "(핵잠수함 승선)민간인들이 누구인지에 관해 백악관이 굉장한 신경과민에 휩싸여 있다" 고 밝혔다.

이 신문은 민주당 의원들이 신원공개 압력을 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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