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 연령별 현주소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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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태아의 성(性)감별과 그에 따른 낙태가 없다면 여자아이 1백명당 남자아이가 1백5명 정도 태어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의 평균 성비(性比.여아 1백명당 남아수)가 1백13명이다. 여성의 출생기회가 인위적으로 제한받은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정경배) 남정자 연구위원팀이 최근 '여성의 생애주기별 건강문제와 대책' 이란 보고서를 통해 건강상태를 중심으로 한국 여성의 일생을 계량화했다.

4만3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국민건강 영양조사와 가족보건 실태조사 등을 토대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유아기(0~6세)의 경우 체중 2.5㎏ 이하의 저체중아가 태어나는 비율이 여아가 3.9%로 남아(3.1%)보다 높았다.

청소년기(7~18세)의 여성은 7.8%가 빈혈이다. 같은 나이 남성(3%)의 2.6배다.

임신.출산기(19~44세)의 한국여성은 세계 최고수준의 제왕절개 분만율(43%)을 기록하고 있다. 모유를 먹이는 비율은 세계 최저수준인 14%다.

한국여성의 출산과 관련된 건강도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특히 25~44세 때는 여성의 14%가 빈혈이고 5명 중 한명이 비만이다.

이 시기 여성의 유방암.자궁암 검진율은 각각 16%, 43%로 미국(77%)에 크게 못 미친다.

중.장년기(45~64세)에는 남성의 사망률이 여성의 세배에 달하기는 하지만 여성은 만성질환(고혈압.고지혈증 등)과 근(筋)골격계 질환(관절염.디스크.골다공증 등)으로 남성보다 더 고통을 받는다.

이 시기 여성의 만성질환 보유율은 82%. 남성(73%)보다 9%포인트 높다.

근골격계 질환 보유율도 남성(16%)의 2.5배(40%)에 달했다. 그런가 하면 이 시기 여성의 비만 비율도 37%에 이른다.

또 중.장년기 여성의 2.8%가 정신.행동장애를 보이고 있다.

이는 남성의 0.6%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 때의 여성들이 일생을 통해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노년기(65세 이상) 여성은 91%(남성 83%)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이 시기에는 고혈압 보유율도 여성(58%)이 남성(45%)보다 높다.

일생을 통해 한국의 여성들은 평균 13년간 질병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명이 긴 영향도 있어 남성의 7년에 비해 두배 가까운 기간을 질병에 시달린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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