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가족까지 판 금융사기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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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자기 잘못에 대해 벌을 받으면 떳떳할텐데… 가족 모두를 어려움에 처하게 하다니. "

15일 서울고법에서는 3천9백억대 금융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뒤 해외로 나가버린 변인호(卞仁鎬.44)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卞씨의 누나(53)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있었다.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3부 손용근(孫容根)부장판사의 다소 격앙된 듯한 목소리가 법정을 울렸다.

孫부장판사는 "卞씨가 귀국하면 누나를 석방해 주겠다고 했는 데도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어 누나에게 불가피하게 실형을 선고한다" 며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孫부장판사는 이어 "가족 모두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데도 卞씨는 자신의 죄값을 치르려 하지 않고 있다" 며 卞씨의 부도덕성에 대해 일갈(一喝)했다.

卞씨는 항소심 재판 때 질병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처분을 받은 뒤 1998년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탈출해 외국으로 도망했다.

孫부장판사는 판결을 선고한 뒤 "사람들이 자기의 벌을 받지 않으려하니 사회가치가 혼란해지고 세상도 혼란스러워진다" 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吳世立부장판사)도 이날 卞씨와 공모해 3억달러를 밀반출하고 해외로 도피했다가 페루에서 검거됐던 卞씨의 동생(35)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을 도와주게 된 사정은 이해할 수 있으나 돈세탁 등 공익에 반하는 행위는 중형을 면키 어렵다" 고 밝혔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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