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 주정부 조사국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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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호셈 캄프스 평가.조사국장(사진)은 "지역간 충돌이 격화하면 그 누구도 승자는 없다" 며 "지역별 독자성을 인정하고 경쟁과 보완을 통해 전체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 카탈루냐 사람들은 자신들이 스페인의 일부라고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 풍습도 많이 다른 것 같다. 그 이유는.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일부다. 우리도 스페인 국민이다. 그렇지만 카탈루냐는 중세 이후 오랜 기간 독립 왕국을 이루고 살았다. 언어와 문화전통, 민족적 기질이 당연히 다른 지역과 다를 수밖에 없다. 또 우리는 스페인에서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달성했고 해상 무역을 통해 경제가 융성했다. 마드리드와는 발전과정이 달랐다. 때문에 독립성이 강하다. "

- 카탈루냐에선 지역주의 정당인 통합과 동맹(CiU)이 20년째 집권하고 있다. CiU의 장기집권은 스페인에서 독립하자는 주민들의 열망을 반영하는 것인가.

"카탈루냐의 민족주의는 반드시 독립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조르디 푸졸 자치정부 수반도 독립주의자가 아니다.

유럽이 통합되면서 국가의 의미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데 독립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우리는 중앙정부와의 정면충돌을 원치 않는다.

다만 우리는 스페인 전체에서 카탈루냐의 지위가 확실히 보장받기를 원한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카탈루냐의 발전을 위하고 나아가 스페인 전체, 더 나아가 유럽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다. "

- 그렇지만 다른 지역 주민들이 카탈루냐 사람들이 분리주의적이고 중앙에 저항적이라는 인상을 가질 수 있지 않은가.

"분리주의 운동이 거세진 것은 프랑코 총통의 군부독재 시절(1939~75) 강권통치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강력한 중앙집권책을 편 프랑코는 스페인 내전(36~39)당시 자신에게 가장 격렬하게 저항했던 카탈루냐 지역의 언어를 말살하려고 시도했고 지역의 모든 자치권을 박탈했다. 이때문에 그런 인상을 주게 된 것이다. "

- 중앙정부와의 관계에서 가장 큰 마찰 요인은.

"재정적인 면이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4개 지역의 17개 자치주 가운데 가장 많은 세금을 내고 있지만 정작 주정부로 돌아오는 돈은 별로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항상 불만이다. "

- 최근 들어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데.

"EU는 국가들의 연합체가 아니고 지역 연합체다. 우리는 문화.농업.환경보호.교육 정책 등 군사.외교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우리는 분야별로 스페인 중앙정부를 통하지 않고 직접 EU와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스페인 정부는 이를 싫어한다. 카탈루냐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결과가 될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스페인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앙이 특색있는 지역의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지방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

바르셀로나〓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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