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경제자유구역, 퇴출과 지원 기준부터 마련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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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국에 난립한 경제자유구역(FEZ:Free Economic Zone)의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6곳(인천, 부산·진해, 광양,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의 성과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강원도가 지난해 말 강릉과 동해, 삼척 일원을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동해안권이 경제자유지역으로 지정되면 우리나라의 3면 해안이 거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우리는 동해안권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외자를 활발하게 유치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몇 곳이든 지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는 것만으로는 외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지역경제에 실익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칫하면 국내의 경제자유구역 간에 외자 유치를 둘러싼 자체 경쟁만 치열해질 우려가 크다. 기존의 경제자유구역들이 당초 의도했던 외자 유치 실적은 저조한 가운데 내국인을 상대로 한 아파트 건설 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엉뚱한 현실이 이 같은 우려를 방증한다. 경제자유구역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경제자유구역을 대대적으로 손본다는 방침 아래 성과가 미흡한 지구는 퇴출시키고, 실적을 올리는 지구는 집중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나고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 무엇보다 ‘경제자유구역 특별법’의 ‘지정을 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퇴출 요건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집중 지원할 대상의 선정 기준과 지원 내용도 불확실하다. 이래서는 경제자유구역을 상하이 푸둥(浦東)신구나 싱가포르와 경쟁할 만한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생각은 아예 접는 편이 좋다.

이제는 허울뿐인 경제자유구역이란 간판 대신 실질적인 육성이 필요한 때다. 그러자면 우선 버릴 곳은 버리고 키울 곳은 키우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그 첫 단추가 퇴출 대상과 지원 대상을 가리는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