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문건 파문] 10개지 성향 상세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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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권 내에서 반여(反與)성향의 언론사를 분류해 비판에 대한 ‘방어벽’을 제안한 문건을 작성,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시사저널의 보도로 파문이 일고 있다.

시사저널 기사는 “세 건의 문건 중 첫번째는 집권 초창기,두번째는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맞은 2000년 8∼9월,세번째는 대통령이 언론 개혁을 언급하기 직전인 2000년 11월 중순께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중 ‘국민의 정부와 언론 전략 기조’라는 제목의 두번째 문건은 “DJ 집권 2년반 동안 언론이 정부를 보도하는 태도가 우호→비판→적대 과정을 거치며 대립관계로 악화됐다”고 분석했다고 기사는 보도했다.

이 문건은 “조선·중앙·동아는 반여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10개 중앙 일간지의 사설·칼럼은 물론 외부 필진의 성향까지 상세히 분석했다.중앙일보에 대해서는 “특히 경제 분야 비판에 주력하고,경제팀 정책 혼선,관치 경제,정책 일관성 부재 등을 중점 비판해 왔다”고 적고 있다.

문건은 또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며 언론 보도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판 증가^유력지의 야당 훈수 및 친야 성향 노골화^주요 일간지의 ‘비판 카르텔’형성 등 세가지 특징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부터 2∼3개월 뒤에 나온 ‘최근 언론 논조 분석’이라는 세번째 문건은 “비판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이들 언론의 수위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메이저 신문들의 비판 태도는 여타 매체들의 비판 수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부 언론사의 비판 카르텔은 정권 후반부에 권력 핵심 인물들을 상대로 빈번히 감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론권,명예훼손 고소보다 사전에 비판 수위를 낮추고 대통령 등 권력 핵심 비판을 제어하는 방어벽(조율 시스템)설치가 필수적”이라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당정의 대대적 쇄신을 통해 새 여권 진용을 구축한 뒤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정공법 전략을 구사하는 게 명분있는 방법”이라며 “언론 개혁을 사회적 이슈로 삼아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라”고도 주문했다.

여권은 12월 민주당 지도부를 개편했고,올들어 “장기간의 미(未)조사 법인에 대한 합법적 정기 조사”라며 언론사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한나라당은 즉각 “언론사 세무조사는 공정한 정기적 조사라는 여권 주장과 달리 비판적 언론을 장악하려는 주도면밀한 기획임이 드러났다”(權哲賢대변인)고 주장했다.한나라당은 국회의 대정부질문 상임위 활동을 통해 이 문건과 세무조사간의 연관성을 집중 추궁하기로 했다.

반면 민주당은 “우리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문건인 만큼 왈가왈부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는다”(金榮煥대변인)고 반박했다.

최 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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