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다지자] 38. 잦은 우편물 배달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며칠 전 동창생인 주부 이모(54)씨가 전화를 걸어 "우편물로 받은 동창회보가 엉망이 됐다" 고 분통을 터뜨렸다.

집배원이 동창회보를 우편함에 달랑 꽂아놓는 바람에 오후 내내 내린 눈에 회보가 몽땅 젖었다고 했다.

단독주택에 사는 친구는 우체국이 하라는 대로 대문에 우편함까지 설치했는 데도 그런 일이 생겼다며 분개했다.

나는 아파트에 살아 우편물이 젖는 사고를 거의 겪지 않는다. 하지만 집배원이 동.호수를 착각해 잘못 넣어 내 우편물을 분실한 경우가 종종 있다. 보낸 사람은 분명히 보냈다고 하는데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우편물이 한달이면 5~6통은 된다.

최근에도 우리집에 배달돼야 했던 청첩장을 쓰레기통에서 찾아낸 일이 있다.

이런 일은 시민들이 자신의 우편함에 잘못 들어온 남의 우편물을 제자리에 넣어주지 않고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생한다.

예컨대 자신이 1402호에 사는데 1401호 우편물이 자신의 우편함에 들어 있으면 그냥 버린다. 우편함을 제대로 찾아 넣어주는 데는 불과 5초 정도 걸린다.

그 짧은 5초가 귀찮아 타인의 소중한 우편물을 쓰레기통에 그냥 버린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아파트 우편함에 배달되는 잡지가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기업체 사보를 5종 정도 구독하는데 네번에 한번꼴로 늘 오던 잡지가 없어진다.

기업체에 물어보면 보냈다는데 우편함에 꽂혀 있는 것을 누군가가 아무 생각없이 가져가는 것 같다.

인터넷과 e-메일이 아무리 보편화했다고 해도 역시 가장 널리 이용되는 전송수단은 우편이다.

그러나 각종 우편배달 사고는 여전하다. 물론 수많은 우편물을 제시간에 배달해야 하는 집배원들의 노고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우편물을 제대로, 손상되지 않게 배달하는 것은 기초 중의 기초다.

권순자 <중앙일보 주부통신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