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관공서 봉사활동에 실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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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겨울방학 중에 있었던 일이다. 친구와 함께 봉사활동을 위해 오전 9시부터 집을 나서서 여러 곳을 돌아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문전박대를 하는 것이었다.

관공서에 들어가 "봉사활동 하러 왔는데요" 하면 귀찮다는 듯이 "우린 할 거 없어. 딴 데로 가" 라고 내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인근 신도시에 있는 한 우체국에 갔더니 봉사활동에 나선 우리에게 시킨 일이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또래 아이들을 막으라는 것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고 황당했지만 그래도 달리 마땅히 봉사활동을 할 만한 곳이 없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많았다.

어른들이 시간 체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학생들은 봉사활동 시간을 터무니없이 올리고 있었다. 심지어 방금 와놓고 "아침부터 와서 봉사활동을 했다" 고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어른들은 귀찮은지 그냥 사인을 해줬다.

PC방 같은 곳에서 놀다 와서 사인을 해달라는 학생들이 있어도 결과는 열심히 봉사활동을 한 아이들과 똑같았다.

이제 제대로 된 봉사활동이란 과연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이나 시키는 사람 모두 즐거운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봉사활동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봐야 할 것이다.

구자민.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부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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