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정의롭지 않은 법은 법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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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의로운 법만이 법이며, 정의롭지 않은 법은 법이 아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2일 부총재단-상임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이런 말을 던졌다. 김대중 대통령이 제시한 '강한 정부론' 을 비난하면서다.

그는 "여당이 강한 정부.여당을 내세우며 '법과 원칙' 이란 단어를 함부로 쓰고 있다.

힘으로 야당을 핍박하고 언론을 제압하려는 여당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 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제대로 된 법과 원칙에 의한 '곧은 정치' , 정도(正道)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고 다짐했다.

당 관계자는 "李총재가 '악법도 법' 이라는 소크라테스적 법해석을 거부하면서 이런 지적을 한 것은 여당의 공세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李총재는 당직자들에게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여당의)강압정치에 대해 추상(秋霜)같이 대처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특히 "언론사 세무조사, 안기부 자금 수사처럼 진실을 왜곡하고 국정을 혼선에 빠뜨리는 쟁점에 대해선 분명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고 독려했다.

李총재의 이런 다짐처럼 한나라당의 대여 공세 수위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이번 임시국회를 '국정감사처럼' 끌고가라는 게 李총재의 지시다.

그러면서도 탄력성있게 대정부 공세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필요할 땐 매섭게, 관대할 땐 관대하게' 정부정책을 따지라는 것이다.

총재실 관계자는 "민생과 정치현안을 기술적으로 분리해 정국을 관리하려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李총재는 " '국민우선 정치' 를 위해선 우리가 입법을 주도해야 한다" 며 "정국 주도권을 놓고 싸운다는 얘기를 듣지 말고 '야당이 있으니 참고 견디자' 는 희망을 국민이 갖도록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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