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장사 책 낸 이호진씨 "열번에 만원 버는 전략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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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회사 그만두고 식당이나 할까?”

“먹고 살 일 없으면 밥장사나 하지.”

직장 생활에 염증을 느낀 월급쟁이들이 퇴근 길 술자리에 모여 쉽게 던지는 말이다.

음식점 주인으로 최근 ‘아니! 이렇게 싸게 받아도 남는 게 있나요?’란 책을 낸 이호진(47)씨는 “그런 책임 없는 푸념은 하지도 마세요”라며 강조한다. 음식점을 내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경고다.

“개업까지는 하드웨어 갖추기에 불과해요. 이후부터의 경영이 소프트웨어인 셈인데 이에 따라 성패가 결정되지요.”

이씨가 말하는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맛 ·가격 ·서비스 세 가지. 맛은 뛰어난 주방장만 고용하면 그만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역시 천만의 말씀이다.

매일매일 새벽장을 돌며 신선한 재료를 챙기는 일부터 음식점 주인의 몫이란다.모르면 주방장을 대동해서라도 한동안 배워야 한다는 것.

또 주방장이 갑자기 빠지더라도 기존의 맛을 유지 ·관리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주방 일은 몸으로 익혀야 한다고. 아무리 작은 식당이라도 육체적 ·정신적 각오없이 섣불리 달려들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가격에 대해서 그는 이익에 대한 집착을 버릴 것을 주문한다.

“한번에 만원을 버는 것이 열 번에 만원 버는 것보다 업주 입장에선 나아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열 번에 만원 버는 것이 고객에게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다면 당연히 후자를 택하는 것이 옳은 가격전략입니다.”

그는 또 음식값은 고객에 대한 마지막 서비스라고 강조한다. 손님들이 식사를 끝내고 계산할 때 지갑 속의 돈을 내는 것이 아깝지 않다고 느끼게 한다면 그 이상의 서비스는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15대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정치지망생이었다.

그러나 낙선후 한동안 방황하다가 할머니 ·어머니로 이어져온 음식점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어 현재는 일산신도시에서 ‘등촌칼국수’란 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버섯 ·야채-칼국수-죽(밥)으로 이어지는 3단계 칼국수요리(4천원)인데 점심 ·저녁시간엔 문밖으로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로 대성황이다.

그는 “음식점 영업확대를 위해 책을 낸 것은 아니다”며 “식당에 뛰어든 사람들이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그들에게 조금이라고 도움을 주려고 그동안의 경험을 정리했을 뿐”라고 말했다.

‘아니! 이렇게…’에는 점포 위치 고르기 ·음식 맛 내기 ·종업원 채용 등 식당창업 준비과정부터 식자재 사입 ·고객 불만 대처요령 등 개점후 필요한 경영전략까지 담고 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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