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피플] 라이코스 '후센반송' 운영자 김병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섹스와 폭력, 그리고 또래만이 아는 국적불명의 단어들… .

인터넷 문화를 요약하라면 이렇다. 특히 채팅사이트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하다. 판단력이 떨어지는 10대와 20대 청소년들이 네티즌의 주류를 이룬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포털사이트 라이코스에서 '후센방송' (http://club.lycos.co.kr/kimbr6060)을 운영하는 김병로(42.사진)씨는 이 모든 것이 기성세대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의 잘못을 지적하기는커녕 본인들 역시 저속한 문화에 빠져든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같은 생각 때문에 그는 지난해 11월 말 방송계(?)에 뛰어들었다. 후센방송은 '후하고(넉넉하고) 센스있는 30, 40대를 위한 인터넷 개인음악방송국' 이라는 뜻이다. 시청자는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셀에 한계가 있어 30명을 넘지 못한다.

"기성세대는 더이상 인터넷에서 소외받는 존재가 아니라 사이버문화를 주도하는 어른세대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자는 얘기다. 실제로 그는 하루평균 10시간씩 방송을 진행하면서 청취자들과 대화할 때 철저히 존댓말을 쓴다.

가끔 야한 얘기를 하려는 청취자가 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얼굴을 맞대고 있을 때처럼 도덕성을 지키며 대화하자는 취지다. 처음에는 싫어하는 청취자가 많았지만 요즘은 모두 이해하고 김씨 뜻을 따른다.

돈은 한푼도 못버는 봉사방송이지만 보람도 많다. 가출하려는 청소년을 대화로 설득해 부모품으로 돌려보낸 적도 있고, 남편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30, 40대 주부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해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후센방송을 듣는 청취자들의 클럽이 생겼는데, 가입자가 1백70명을 넘었고 인터넷문화 개선 논의도 활발하다.

"얼마 전 초창기때 애청자 5명이 방송기술을 배워 건전한 인터넷문화를 보다 넓게 알릴 목적으로 다른 곳에서 개인 인터넷방송국을 열었습니다. 하루 10시간 넘게 봉사하면서도 피곤함을 모르는 것은 바로 이같은 보람 때문입니다. "

강원도 철원에서 광고대행사인 명동종합기획을 경영하고 있는 그는 "회사일은 제쳐 두고 후센방송에 푹 빠진 사장을 이해하고 열심히 일해 주는 직원들이 너무 고맙다" 고 말했다.

최형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