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그려낸 수화 우정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지난 8일 충남 천안 나사렛대학 졸업식장.

졸업식이 끝나자 인간재활학과 졸업생인 황순의(黃順義.여.29)씨에게 50~60대의 학부모 세명이 다가와 5돈짜리 금반지 한개를 전달했다.

黃씨의 도움으로 청각장애인 자식들이 큰 불편없이 대학생활을 마치고 이날 함께 졸업한 데 대해 감사하는 선물이었다.

黃씨가 같은 학과 동급생 남학생 세 명을 위해 수업시간에 수화(手話)통역을 해주기 시작한 것은 입학 직후인 1997년 봄. 청각장애인들이 강의를 알아듣지 못해 옆 동료학생의 노트를 베끼는 것을 보고 그동안 자신이 해온 자원봉사를 학교에서도 하기로 했다.

기독교 신자인 그녀는 고교졸업 후인 92년부터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화를 배워 농아인교회에서 수화통역을 해오던 중 본격적인 장애인 재활봉사를 하기 위해 이 대학에 진학했다.

黃씨가 입학 후 만든 수화봉사 동아리 '작은 손짓' 회원들이 가끔씩 수화를 대신 해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수업 수화통역은 그녀의 몫이었다. 수업이 두세시간 계속될 때는 어깨와 팔 등이 거의 마비될 정도였다.

黃씨는 "몸살을 앓을 정도로 너무 힘들어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친구들이 찾아와 '우리 때문' 이라고 눈물을 흘리며 간호할 때 그런 마음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고 말했다.

수화통역 봉사를 하면서도 우수한 성적(졸업평점 A학점)으로 졸업한 그녀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수화 봉사단체에서 일할 계획이다.

黃씨의 수화통역으로 수업을 받았던 채경환(23)씨는 "누나는 우리에게 천사와 같은 존재였다" 고 말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