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즈델 목사 "다시는 전쟁고아 없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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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다시는 6.25같은 고통이 없기를, 전쟁 고아들이 또 다시 생겨나지 않기를... "

한국전쟁 고아 대부 브레이즈델(91)은 방한 사흘째인 28일 오전 서울 을지로의 영락교회를 찾아 기도를 했다.

"당시 고아들이 계속 건강하게 생활하고, 한반도에도 하루 속히 평화가 찾아오길 하느님께 빌었다" 고 그는 말했다. 한국전쟁 당시 미 군목으로 활동했던 그는 여전히 목사 신분이다.

이어 그는 전날 상봉한 50년 전의 고아들과 함께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을 찾는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한국전쟁 50주년 특별기획전' 을 돌아보는 그의 발걸음은 유독 전쟁으로 졸지에 부모를 잃은 고아들의 사진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깡통을 차고 누더기를 뒤집어 쓴 당시 고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맞아요. 바로 이런 모습들이었어요" 라는 말을 여러번 되뇌었다.

그는 한 사진 속에 담긴 고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삶을 포기하기 직전의 표정" 이라면서 "당시에는 이런 아이들이 거리에 수두룩했다" 고 회고했다.

이에 앞서 그는 '한국의 친구들에게' 라는 편지를 써 기자에게 전달했다.

'50년 만에 찾은 한국에서의 환대에 감사하며, 형제인 한국민의 영광과 평화를 기원한다' 는 내용.

브레이즈델은 오후 5시 50년 전 제주도로 공수한 고아 중 한명이었던 황병진(黃炳震.54)씨가 주지로 있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장안사(長安寺)를 방문했다. 이곳에 찾아온 고아 10여명으로부터 그는 난생 처음 세배를 받았다.

브레이즈델은 29일 오전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와 만난 뒤 오후 3시30분 출국한다.

박현영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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