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전화회담] 부시 "빨리 만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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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만나자. "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5일 오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리고는 이렇게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정상적인 외교경로를 놔두고 직접 전화로 제의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 우선순위에 한반도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 것" 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해석했다.

金대통령은 미국 대선의 윤곽이 드러나자 바로 정상회담을 추진해왔다. 올봄에 있을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앞두고 미국 새 행정부와의 조율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부시 대통령 취임식에는 이기호(李起浩)경제수석을 보내 정상회담 희망 의사를 전달했다.

이날 전화통화로 金대통령의 상반기 대북.대미 외교일정의 윤곽이 잡히게 됐다. ▶오는 3월 중에 워싱턴에서 DJ-부시 한.미 정상회담을 먼저 한 뒤▶4~5월 중에 서울에서 金대통령-金위원장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20분간 통화에서 "두 정상은 충분한 협의를 통해 대북관(觀)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고 청와대 박준영대변인이 말했다.

이것은 "북한의 정책과 변화를 판단하는데 있어 두 정상이 조율할 부분이 있다는 의미" 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해석했다.

부시 행정부는 선거공약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통해 대북 강경노선을 예고해왔다.

반면 金대통령은 북한 변화론을 끊임없이 제기,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렇지만 청와대측은 "부시 대통령이 '金대통령이 대북정책에서 성취한 내용을 잘 알고 크게 평가하고 있다' 고 말한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의 대북 화해정책과 이를 뒷받침해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북노선 효과를 부시 행정부가 재평가하고 있다는 뜻" 이라고 또 다른 관계자는 기대했다.

金대통령은 "북한과 관계에서 진전이 있었다. 여기에는 한.미간 연합방위와 긴밀한 협력, 한.미.일 공조가 큰 역할을 했다" 면서 미국의 역할을 치켜세웠다.

두 정상의 회담에 앞서 2월 중에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 장관과 파월 장관이 만난다. 청와대측은 "부시 새 행정부 출범에 맞춘 대미 외교의 본격 시동이 걸렸다" 고 설명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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