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도 야도 "검찰 왜 이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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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5대(1996년)총선 당시 안기부 예산인지 모르고 돈을 받은 정치인은 소환 조사하지 않겠다는 검찰의 입장이 대치정국의 구도에 미묘한 변화를 가져왔다.

한나라당은 "꿰맞추기식 조작 수사임을 자인했다" (권철현 대변인)며 역공을 취했다.

이날 검찰을 항의 방문해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를 벌여라" 고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에서 "검찰의 고충을 이해하며 수사 대상 선정은 검찰의 몫" (김영환 대변인)이라면서도 "흐지부지하지 말고 강도 높게 수사하라" 는 내부 불만과 성토가 분출했다.

검찰이 "특검제 수사" (야), "성역없는 수사" (여)의 틈바구니에 끼인 형국이다.

◇ 야당의 검찰 항의 방문〓한나라당 의원과 원외위원장 1백50여명은 오전 대검 청사를 찾았다.

대검측이 정문을 봉쇄해 최병렬(崔秉烈)부총재 등 의원 19명만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을 만났다.

의원들은 "검찰이 어떻게 보고했길래 대통령이 (총선 지원금을) 공산당 잡는 돈이라고 했느냐" (김기배 사무총장), "한나라당 주변만 수사하지 말고 안기부를 수사하라" (정창화 총무)고 톤을 높였다.

朴총장은 "야당 때려잡으려는 수사가 아니다.

진실은 법정에서 밝혀질 것" 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정치인을 소환하지 않겠다' 는 검찰 방침에 대해선 "그동안 정치인 관련 언급을 한 일이 없는데 여러 얘기가 분분해 교통정리 차원에서 발표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내에선 그러나 "강삼재(姜三載)부총재와 다른 의원들을 분리하려는 전술" 이라는 경계심도 보이고 있다.

◇ 민주당 내 검찰 성토〓당무회의에서는 "국기 문란 사건에 검찰이 머뭇거리고 있고, 그래서 신뢰를 못 받는다" (조순형 의원), "검찰의 자세는 납득할 수 없고 불신만 가중시킨다.

철저히 강도 높게 수사하라" (신낙균 최고위원)는 거친 성토가 잇따랐다.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도 "검찰이 꼬리를 내리는 인상을 주고 있다" 며 "휘청거리는 검찰 모습은 정말 실망스러운 것" 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당의 공식 입장은 다소 톤을 낮췄다.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검찰의 고충과 방침을 이해한다" 면서도 "진실 규명 의지가 절대 퇴색해서는 안된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자금 출처 논란 정리▶미사용액 6백억원의 용처 규명▶한나라당 의원들의 개인 착복 의혹 수사를 검찰 수사의 '마지노선' 이라고 규정하고 '성역없는 수사' 를 촉구했다.

강삼재 부총재의 즉각 출두와 한나라당의 사과, 특검제 거부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최훈.고정애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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