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상은 출세가도의 패스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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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한국인들은 잘 웃지 않는다' .

유학을 다녀왔거나 혹은 해외 출장을 많이 다녀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다.

외국인이 많은 해외 도시의 낯선 거리에서도 한국인은 그 '무뚝뚝한 표정' 으로 금방 알아 볼 수 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모르는 이에게도 웃는 낯으로 인사를 건네는 외국인을 만나 민망해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이 어디 한 둘일까.

웃어라, 그래야 성공한다!

나이가 들고 일이 많아지면서 웃을 일은 더욱 줄어들고 있는데 요즘엔 웃음이 고도의 성공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감도 높은 표정이 결국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그것이 대인관계와 사업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른바 이미지테크의 전성시대다.

지난해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치밀한 이미지 연출로 득을 본 대표적인 경우로 꼽힌다.

당당한 자세와 호탕하게 웃는 표정, 거침없는 언변으로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당히 만회했다는 것이다.

얼굴 표정은 취업 면접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원대연 제일모직 대표는 "첫인상에서 우울한 표정을 가진 사람은 아예 뽑지 않는다" 고 말한다.

처음에는 얼굴이 밝은가를 먼저 보고, 사람 됨됨이나 사고방식을 읽고 판단한다는 것. 역시 표정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요즘엔 훈련을 통해서라도 매력적인 웃음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치아 모양 때문에 웃는 표정이 일그러졌던 목사님이 미소 클리닉에서 '멋지게 미소짓는 법' 을 배우고, 장안의 내로라하는 벤처사업가와 펀드매니저 등 30~40대 남성들은 웃는 법부터 시작해 발성과 제스처, 그리고 걸음걸이까지 자신의 이미지 관리법에 대한 조언을 얻고 있다.

나이 60을 넘긴 기업가가 레이저로 검버섯을 제거하고, 미간에 주름을 방지하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는 등 인상을 좋게 보이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제 미소는 지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이 아닙니다. 미소는 경쟁력이고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나 마찬가지죠. " 미소클리닉을 6개월째 운영하고 있는 강남 예치과 김석균 원장은 '스마일 파워' 의 신봉자다.

"미소는 능동적인 얼굴 표정으로 남에게 나의 감정을 전달하는 메시지" 라고 말하는 그는 "얼마나 잘 웃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공이 좌우될 수 있다" 고 주장한다.

날마다 직장인들의 이미지 관리 개인 상담 의뢰를 받고 있는 이미지 컨설턴트 정연아씨는 "성공하는 이에겐 남다른 성공의 이미지가 있게 마련" 이라며 이미지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과 사랑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남성들도 외모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거울을 자주 쳐다보라고 말해주죠.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자주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가장 매력적인 웃음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러나 김원장과 정소장이 공통적으로 한국인 표정 관리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유교적인 사고방식이다.

정소장은 "외모 가꾸는 것을 터부시하는 사고방식이 문제" 라며 "내면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얼굴에 감정표현을 숨기고 점잔을 빼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고 꼬집는다.

그러나 요즘 질환 치료가 아닌 자기 관리를 위해 피부과까지 찾고 있는 남성도 많이 늘었다.

서울 청담동 클린피부과 이미경 원장은 "나이를 불문하고 요즘엔 보다 깨끗하고 젊어보이는 피부에 남성들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 라며 "사업가나 펀드매니저 등 오히려 사회에서 상당히 입지를 굳힌 남성일수록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철저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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