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2000년 재판 될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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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민주당 존 케리 후보를 오차 범위내에서 앞서기 시작했다.18일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의 지지율은 ▶ CBS 여론조사:47%대 45% ▶ 워싱턴 포스트: 50% 대 47% ▶ CNN-USA 투데이:52%대 44%로 나타났다. 부시가 모두 앞서고 있다.조그비-로이터 조사에서만 45%로 동률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안심하긴 이르다. 우선 직무수행 지지도가 50% 전후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어 재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CNN 등 미 언론은 "전국적으로 득표를 더 하고도 선거인단 확보에서 뒤져 선거에서 패하는 2000년 대선의 앨 고어 같은 경우를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0년 선거 재판 될 수도=미 50개주의 전체 선거인단은 538명. 거의 모든 주가 승자독식 원칙에 따라 한표라도 이기는 승자가 주 전체의 선거인단을 독식하게 된다.전체 선거인단의 과반수인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순간 당선이 확정되는 것이다.

CNN은 18일 "전국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부시대통령이 케리 후보보다 약 50만표를 더 얻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지만 대세가 결정되지 않은 주들의 투표 행태에 따라서는 선거인단은 케리후보가 더 얻는 상황도 나올수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부시대통령과 케리 후보가 지금까지 각각 210명 정도씩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아직도 누가 이길지가 불확실한 플로리다(선거인단 27명),오하이오(20명),펜실베니아(21명)와 위스콘신.아리조나.미네소타(선거인단 각 10명) 의 선거결과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플로리다,오하이오,펜실베니아의 빅3 중 2곳의 승리자가 최종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부시대통령은 올 3월이후 플로리다를 12번, 케리 후보는 15번 방문했을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우려되는 선거 후유증= 플로리다 주에서는 18일 일부 투표소에서 조기투표를 시작했다.오는 11월2일 투표를 할 수 없는 유권자들을 위해서다.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터치 스크린(모니터 화면에 손가락을 대서 입력)방식의 투표기계에 이상이 발견됐고, 유권자들이 1시간 이상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나왔다.공화당과 민주당은 모두 2000년 같은 재검표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만일의 경우 즉각 소송을 벌일수 있는 변호사 군단을 각 주마다 고용해 놓은 상태다.

소송전은 이미 시작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민주당이 공화당원인 주 정무장관을 상대로 소수계 유권자의 권리행사를 방해한다면서 소송을 냈다.뉴 멕시코주에서는 공화당이 민주당 주 정무장관을 고발했다.플로리다,펜실베니아,콜로라도주에서도 주지사와 공무원,주 검찰과 양당 선거운동원들이 서로 비난전을 펴고 있다. 한쪽이 압도적인 승리를 하지 않는 한 미 대선의 후유증은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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