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동숭홀서 이색 퍼포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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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올 겨울은 유난히 넌버벌(대사없는) 퍼포먼스 공연이 많았다.

지난달 미국의 세계적인 그룹 '스텀프' 가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한 데 이어 지난 주말 막을 내린 러시아 광대극 '리체데이' , 정동 상설극장에서 장기공연을 하고 있는 '난타' 에 이르기까지 규모가 큰 작품들이 관객을 끌어모았다.

넌버벌 퍼포먼스 흥행의 기세를 몰아 도깨비를 소재로 한 이색공연 '도깨비 스톰' 이 무대에 오른다. 18일~2월 25일 대학로 동숭홀.

일상생활에 지친 두 회사원이 꿈속에서 만난 도깨비들과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는 단순한 줄거리를 다양한 타악리듬으로 표현해낸다.

인간의 영혼을 두드리는 타악연주와 코믹한 연기, 현란한 물과 빛의 축제 등 분명히 '난타' 와 비슷한 점이 많다.

지난주 시연회에서도 "난타와 뚜렷한 차이점이 무엇이냐" 는 질문이 제일 먼저 나왔다.

기획사인 미루스테이지는 '뛰어난 연주' 라고 자신있게 답한다. 우선 출연자 전원이 10여년간 풍물전문연주자로 활동해온 '프로' 다.

예인동씨를 비롯해 이상훈.안경희씨 등 멤버 전원이 무용이나 국악을 전공했으며, '풍무악' 이라는 이름으로 3년간 정동극장에서 타악공연을 했다.

지난해엔 사물놀이를 응용한 판놀이 형식의 공연 레퍼토리를 개발해 일본과 이탈리아 등지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난타가 일상생활(주방)의 도구를 이용했다면 이 작품은 전통소품을 악기로 만들어 사용한 점도 큰 차이다.

항아리에 소가죽을 씌운 북과 대나무에 철을 붙여 엮어 만든 '삼발이대나무' 등 전통 소재들이 '도깨비' 의 손을 거치면 훌륭한 악기로 변모한다.

팀 대표인 예인동씨는 "빗자루나 나무 등으로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도깨비' 와 풍물을 한데 어울러 한국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대중적인 작품" 이라고 설명했다.

또 난타가 국내공연에서 성공해 해외로 진출한 사례라면, '도깨비 스톰' 은 공연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외국공연 계약을 먼저 성사시킨 독특한 사례다.

지난해 8월 익산 세계공연예술제에서 30분짜리 샘플공연을 본 외국 바이어들이 앞다퉈 공연제의를 해온 것. 오는 3월 뉴질랜드를 비롯해 5월 미국.캐나다, 7월 홍콩, 8월 에든버러 페스티벌(프린지 참가), 11월 일본 등 올해만 어림잡아 7~8개국에 달한다.

초연작품을 한달넘게 공연하는 것도 국내흥행을 어느 정도 자신하고 있다는 뜻이다. '패션계의 서태지' 로 불리는 문군이 스태프로 참여해 무대의상을 만들었다.

오후 7시30분, 토.일 및 설연휴 오후 3시.6시. 1588-7890.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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