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폭설로 등교길 발동동, 빈차 태워줘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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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3일 내가 사는 경남 진주에 폭설이 내려 차들은 모두 거북이 운행을 했다.

그 때문에 버스 정류장에서 보통 20분 가량 기다린 뒤에야 차를 탈 수 있었다.

지각할까봐 버스에서 내린 뒤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친구들이 "오늘은 폭설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며 되돌아오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30분을 기다렸는데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학교가 시 외곽에 있어 들어오는 차가 드물었던 것이다. 한참을 기다리는데 은색 무쏘 승용차를 몰고 가던 한 아저씨가 창문을 열고 "시내쪽으로 가는 분은 타세요" 라고 소리쳤다. 나와 내 친구,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던 어른 한 분이 그 차를 탔다.

그 아저씨는 진해로 출퇴근하는 분이었는데 외곽지역에는 차가 다니지 않을 것 같아 발이 묶여 있을 사람들을 위해 오전 5시30분부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차에 함께 탄 어른이 "고맙다" 면서 돈을 건네려 하자 그는 "그저 봉사하는 것일 뿐 돈을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니다" 고 거절했다.

"그럼 명함이라도 달라" 고 하자 아저씨는 "나는 명함이 있을 정도로 잘난 사람이 아니다" 며 활짝 웃었다.

출근을 제쳐놓고 새벽부터 나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에 나선 그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그 아저씨 차 뒷좌석에 중앙일보 로고가 붙어있었으니 아마 이 내용을 꼭 읽을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도 이런 훈훈한 인정을 느낄 수 있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영주.경해여고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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